노후계획도시특별법안은 용적률과 안전진단 규제, 리모델링 세대 수 상한 관련 특례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촉진제가 될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건설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사진은 1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 일정을 살펴보면 이달 22일과 29일, 12월6일 국토법안심사가 예정돼 있다.
이들 소위에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안(1기 신도시 특별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 특별법 제정은 무산될 공산이 크다.
해를 넘기게 되면 1기 신도시 특별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입법 활동이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연말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1기 신도시 특별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등 여당 지도부를 만나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에 협조를 요청했다. 국토부가 포함된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도 최근 전체회의에서 특별법 연내 통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안은 올해 3월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용적률과 안전진단 규제완화 등 핵심내용부터 이주대책, 교통시설 등 인프라 확충문제 등에 걸쳐 갑론을박이 지속되면서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는 1989년부터 순차적으로 조성돼 도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가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기 신도시 5곳의 아파트 353단지 가운데 146개 단지(41%), 약 12만1700세대가 준공 30년이 지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 평촌신도시는 30년 이상 아파트가 전체의 76%에 이르고 산본도 아파트 51%가 30살을 웃돈다.
이밖에도 1기 신도시는 아파트 99% 이상이 준공 20년이 넘었다.
1기 신도시에서는 노후화된 주거환경 개선이 최우선 정책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신도시 재정비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점을 특별법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1기 신도시는 지역별로 기존 아파트 평균 용적률이 169~226%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1기 신도시 가운데 평균 용적률이 가장 높은 중동(226%)은 용적률 180% 초과 단지가 전체의 98%에 이른다. 평촌과 산본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각각 204%, 205%로 용적률 180%를 초과하는 단지가 전체의 80%를 웃돈다.
분당과 일산도 용적률 180% 초과 단지가 각각 56%, 52%로 절반을 넘는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재정비 방식으로 재건축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데 현행 법령의 재건축 용적률 체계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에 1기 신도시 5곳 전체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현재 39곳, 11%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산본의 8개 단지가 전부다.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146개 단지 가운데 5% 수준이다.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은 만큼 리모델링시장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다. 현재 1기 신도시 전체에서 조합설립 단계 단지 20곳을 포함 31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박정하 수석대변인을 만나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 선회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단지가 나오는 등 1기 신도시 정비시장이 전반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9월13일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 특별법은 수도권 5개 신도시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큰 법안”이라며 “법안이 가급적이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회의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안 연내 통과에 힘을 싣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안은 노후화된 도시 기능 지속을 위한 근거법이라고 보기 때문에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점으로도 건설단가 인상, 경제 불확실성으로 아파트 공급부족 전망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월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발표하면서 토지용도 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추가하고 체계적 재정비사업을 추진해 주택 10만 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0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원희룡 장관에 “1기 신도시 선도지구(시범지구) 지정과 관련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대책을 추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앞서 2022년 5월 1기 신도시 재정비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원 장관은 같은 해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간담회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 수립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단 하루도 사업이 지체되는 부분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일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1기 신도시 특별법 용적률, 안전진단 규제완화 등이 특혜라는 시선도 여전해 국회 통과가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전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전진단 특례의 형평성, 교통시설 확보 계획 미흡 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도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드는 것에 조금 의문을 지니고 있다”며 “1기 신도시 특별법안에는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해주는 특례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안전하면 재개발하지 말라는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희망고문할 가능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맹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대상지역 주민들이 절차와 조건 등에 관계없이 기대에 부풀 수 있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후계획도시 정의 조항부터 분명하고 엄격하게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1기 신도시 특별법안은 택지조성 20년이 넘은 면적 100만㎡ 이상 택지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종상향도 가능하게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 또는 완화해주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는 세대 수를 최대 21%(기존 15%)까지 늘릴 수 있게 특례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