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3일 경기 평택공장 조립1라인에서 열린 양산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KG모빌리티 > |
[비즈니스포스트] KG모빌리티 판매 실적을 이끌어왔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의 힘이 빠지면서 브랜드 전체 판매량이 크게 빠지고 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최근 출시한 전기차 신차 토레스 EVX로 4분기 판매실적을 방어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시작으로 잇달아 내놓는 친환경차의 성패는 KG모빌리티의 완전한 경영정상화 달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KG모빌리티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주력 차종 토레스 출시 뒤 1년이 훌쩍 지나면서 브랜드 전체 판매실적도 흔들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출시돼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는 지난 10월 내수 1628대, 수출 861대 등 모두 2489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월(4879대)과 비교해 판매량이 49%나 꺾였다.
토레스 출시 뒤 글로벌 월간 판매량이 3천 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 만 해도 토레스는 국내에서만 6595대가 판매되며 단일 모델로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포함)의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더욱이 KG모빌리티는 지난달부터 평택공장 조립 2라인과 3라인 통합공사를 진행하면서 이 라인에서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라 판매실적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3라인에서는 올해 KG모빌리티 최다 수출 모델이자 토레스 다음으로 내수판매량이 많은 렉스턴스포츠(칸)를 생산해왔다. 통합공사는 12월 초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KG모빌리티의 10월 전체 판매실적은 내수 및 수출을 합쳐 6421대에 그치며 1년 전보다 51.3%나 줄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진 매달 1만 대를 넘나드는 판매량을 유지하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왔다. 통합공사 시작 전인 9월에는 토레스 판매량 후퇴의 영향을 받아 1년 전보다는 줄었지만 약 9600대의 판매실적을 유지했다.
곽재선 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같은 해 9월 쌍용차 회장에 올라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그 해 11월 기업회생절차를 마쳤고 토레스의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하며 4분기 별도기준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도 분기 기준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누적 42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곽 회장은 10월 들어 토레스 판매 후퇴에 설비투자로 인한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KG모빌리티 인수 뒤 처음으로 판매실적에서 급격한 하향변곡점을 맞고 있는 셈이다.
곽 회장이 KG모빌리티를 인수할 당시부터 앞으로 전기차 신차를 얼마나 원활하게 내놓느냐 여부가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루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곽 회장은 브랜드 라인업의 무게중심을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옮겨 경쟁력 있는 친환경 신차 출시를 통해 토레스의 뒤를 이을 볼륨 모델과 전기차 시대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곽 회장은 이달 본격 고객인도를 시작하는 토레스 EVX를 앞세워 올해 2016년 이후 7년만의 연간 흑자 달성을 노린다.
곽 회장은 3일 평택공장에서 토레스 EVX 양산 기념행사를 열고 "토레스 EVX는 KG모빌리티 사명 변경 후 출시하는 첫 전기차인 동시에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점으로 그 의미가 큰 만큼 완벽한 품질의 제품 생산과 생산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앞서 9월 기자간담회에서도 "토레스 EVX 출시가 4분기 실적을 커버할 것"이라며 KG모빌리티 원년 흑자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오른쪽)이 1일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그룹 본사에서 열린 친환경차 관련 협약식에서 왕찬푸 BYD그룹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G모빌리티 > |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인 지난해 2월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km대 초반에 그친 데다 충분한 배터리를 확보하지 못해 300대가량의 저조한 판매량을 남기고 국내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토레스 EVX는 73.4kWh(킬로와트시) 용량의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433km의 준수한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77.4kWh 용량의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를 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상위모델(458km)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판매가격을 사전계약 당시 최대 200만 원 가량 낮춘 4750만~4960만 원으로 최종 확정하며 출시 초기 수요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곽 회장은 내년 토레스EVX 기반의 전기 픽업트럭 O100(이하 프로젝트명)에 이어 2025년부터 코란도의 유산을 이어받은 KR10, KG모빌리티의 첫 전용플랫폼 기반 전기차 F100을 차례로 출시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5종의 내연기관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2~3년 뒤면 전기차만으로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같은 수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곽 회장은 최근 국내 시장 변화에 발맞춰 애초 세웠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전동화 전략에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곽 회장은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BYD그룹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2025년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2026년 이후에는 KR10, O100, F100 등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또 KG모빌리티는 BYD그룹과 한국에 배터리 팩 공장을 짓고 한국산 배터리를 토레스 EVX와 내년 출시되는 O100에 탑재하기로 했다.
곽 회장은 1일 중국 선전 BYD그룹 본사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BYD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토레스 EVX와 KR10, F100 등 전기차 라인업 강화와 동시에 전기차 전용플랫폼 도입, 하이브리드 제품 출시 등 회사의 제품라인업을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