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왼쪽)과 홈플러스 노동조합원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8일째 지속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 |
[비즈니스포스트]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노동조합원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무책임하게 경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긴급 생존 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홈플러스 매장 15곳을 차례대로 폐점하기로 결정한 것은 분할 매각과 청산을 추진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천억 원에 인수한 데서 시작됐다. MBK파트너스는 인수자금 가운데 2조2천억 원만 투자하고 나머지를 홈플러스 명의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사용했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내수 부진과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며 경영난에 빠진 주된 원인이 이 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11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피로한 모습이었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대화 기구가 마련되면 굳이 농성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법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안 지부장을 만나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얘기를 들어봤다.
-농성 장소를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옮겼는데 어떤 이유였나?
“처음에 MBK 본사 앞에서 농성을 했던 건, 어쨌든 MBK가 이 문제의 주범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MBK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책임지겠다’고겉만 번지르하게 말했을 뿐,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이나 자구책을 취하지 않았다. 김광일 MBK 부회장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인수합병(M&A)이나 점포 폐점은 뒤늦게 통보식으로 알게 됐다. 시간은 가는데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았다. 점포는 무너지고 이렇게 가다가는 다 쓰러지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힘 있는 곳이 10만 명의 생존권을 위해 나서줘야 하고, 그러려면 새로운 정부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런 생각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옮겼다.”
-회의 때는 점포 폐점 결정에 대한 논의가 없었나?
“그렇다. 이번 회의에서는 6곳 점포가 폐점을 할 수도 있으니 직원들에게 고용안정제도에 대해 미리 면담을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만 나왔다. 폐점도 불확실하다고 이야기했는데, 13일 15곳 점포 폐점 결정에 대한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파주 운정점도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니 계약을 거의 마무리 짓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사실상 폐점 절차를 밟고 있었다.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 홈플러스 노동조합원이 사회적 합의 기구 마련을 위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 |
- MBK가 홈플러스 노조에게 정확한 사안을 공개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노조가 볼 때는 폐점이 청산 과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MBK가 말하는 자구 노력은 전혀 없이 폐점 절차만 밝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15곳 폐점을 시작으로 다음에는 적자 매장들 그리고 자가 매장까지 운영비 현금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매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홈플러스를 쪼개서 마지막에 청산 절차를 마무리 하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나?
“지난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전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당시 직원들이 한 30% 정도 줄였는데 매장은 그대로 운영해야 했다. 또 홈플러스가 대금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해 물건이 안 들어올 때가 있었다. 매대가 비어 있으면 안 되니까 부족한 물량으로 진열대가 꽉 차 보이도록 가로로 진열했다. 그런데 또 대금을 결제하면 물건이 들어오니까 다시 기존 진열로 바꿔야 하는 과정이 끝없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있는 분들은 차라리 폐점 결정이 나면 나가겠다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냥 그만두면 실업급여도 못 받으니까 폐점만 되면 바로 나가겠다는 심정이었다.”
-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나?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사모펀드는 자기가 가진 자금의 400%를 차입해서 매수할 수 있었다. 사모펀드는 투자한 돈을 쉽게 뺄 수 있어 손해 볼 게 없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한도를 줄이는 규제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모펀드가 한 번 기업을 사면 5년 이상 못 판다든지, 매각을 할 때 노동자나 구성원 보호를 위한 법이 필요할 것 같다.”
- 홈플러스 노조가 바라보는 현실적인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사회적 대화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나서서 자리를 마련해야 MBK와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노조만 있으면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공유 없이 일방 통보만 계속된다. 해결이 안 되니까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전국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투쟁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 대화 자리가 만들어지면 굳이 이렇게 농성을 할 이유가 없다. 그때부터는 교섭 형태로 잘 얘기하고 만들어 가면 된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