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사업구조를 IT 중심에서 자동차 전장부품과 반도체 기판으로 바꾸고 있는데 내년부터 그 효과를 본격적으로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사업구조 개선효과를 내년부터 보면서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프소트>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내년 전기차 성장세와 인공지능 서버 확장에 따른 관련 제품의 수요 증가로 올해보다 나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내년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 등 고부가 산업의 성장에 따라 수익성 높은 제품 판매비중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이미 올해 3분기부터 MLCC와 전자소자를 담당하는 주력사업부인 컴포넌트 부문에서 전장용 부품 라인업 확대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장용 MLCC의 경우 자동차 세트 수요가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어 제품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한데다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MLCC를 비롯한 전자 소자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사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3분기 실적 방어의 주된 흐름이 전장사업에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장 사업군은 내년에도 실적회복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장용 MLCC는 전기차에서 내연기관보다 3배 넘게 탑재되는데 내년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삼성전기 실적에 지지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기차 출하량이 올해보다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 전장용 카메라 모듈 사업도 실적 반등에 밑바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전장용 카메라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및 전기차 확대에 따른 카메라 고사양화, 고정밀화 수요로 시장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기는 기존 전기차업체에서 신규 수주를 받는 것 외에도 전통 OEM 업체로 고객 다변화를 통해 외형성장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기의 첨단 전장용 MLCC 모습.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올해 초부터 삼성전기를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며 체질개선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장 사장은 최근 전장 고객사 확대를 알리면서 “IT용 부품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첨단 전장용 부품 생산능력을 강화해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장뿐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 성장도 장 사장의 실적 개선을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화에 맞춰 서버용 FC-BGA 시장이 전체 FC-BG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0%에서 2026년에는 40%, 2030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용 FC-BGA시장 규모는 2022년 16억 달러(약 2조1650억 원)에서 230년 82억 달러(약 11조 원)로 가파른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지난해 서버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양산을 시작한데 더해 안정적 공급능력을 앞세워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기가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서버용 FC-BGA는 명함 크기만한 기판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고 미세한 6만 개 이상의 단자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1mm 이하 얇은 기판에 수동소자를 내장하는 기술을 접목해 전력소모를 기존보다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장 사장은 내년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에 대응해 FC-BGA의 수율 향상과 안정적 생산라인 운영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삼성전기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던 IT세트 부품 재고조정 사이클이 올해 말부터 마무리 되고 재고 재축적이 내년 1분기부터 시작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나 줄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290억 원으로 51.1%나 감소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발목을 잡았던 IT세트 수요 둔화가 중국시장 회복에 맞춰 내년부터 중장기적 반등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삼성전기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전장용 MLCC 사업과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응한 하이엔드 기판 사업을 고르게 키워 내년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