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 유동성의 탈대만 흐름으로 국내증시 반도체 업종에 수혜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3일 “대만의 정치노선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차이잉원(사진) 현 대만 총통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내년 초 친중성향의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MSCI ACWI(전세계 지수) 기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 내년 실적 전망치가 가장 빠르게 상향된 업종은 반도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주력산업인 한국과 대만에 모두 우호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한국과 대만 증시의 외국인 수급은 크게 차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28억9천만 달러(약 4조 원)어치를 순매도 한 반면 대만증시에서는 이보다 더 큰 162억6천만 달러(약 22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중국 본토 증시 순매도 규모(128억7천만 달러)보다 큰 것이다.
이에 한국과 대만 증시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와 TSMC의 외국인 지분율 추이도 뚜렷하게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외국인 지분율은 0.42%포인트 증가한 반면 TSMC는 0.69%포인트 감소했다.
대만의 정치적 불확실성, 특히 친중 노선의 강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국인들이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수급 차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진 않는다”며 “차별화의 원인은 대만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은 내년 1월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다. 차이잉원 현 총통을 배출했으며 반중성향인 여당 민진당, 친중성향의 국민당, 중도성향의 민중당이 여론조사에서 모두 우위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민당과 민중당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기 대만 행정부의 친중성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현재 외국인 자금의 투자 기조가 탈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반도체 업종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17일~20일 4거래일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했음에도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8500억 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에 8526억 원어치의 순매수가 몰리며 외국인들이 사실상 반도체에 ‘올인’을 했던 사실이 포착된다.
민 연구원은 “탈중국 기조인 글로벌 자금의 반도체 투자 선택지는 한국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