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이폰에서도 이르면 24일부터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폰에 애플페이에 이어 통화녹음 기능까지 도입되면 한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이 갖고 있던 강점이 상당부분 희석되기 때문이다.
▲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페이에 이어 통화녹음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 고객들이 다수 아이폰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경쟁우위를 더 강화하는 한편 2024년에 출시하는 갤럭시S24에서 대대적인 성능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춰 충성고객 잡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에이닷(A.)’의 통화녹음 서비스를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확대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의 정책에 따라 통화 녹음이 불가능했던 아이폰 이용자들도 이제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이폰에 직접 녹음이 되는 것은 아니고 SK텔레콤 에이닷 서버에 일시적으로 녹음이 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애플과 협상을 어느정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닷은 KT나 LG유플러스 고객도 내려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지만 통화 녹음 기능은 SK텔레콤 고객만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아이폰에 통화녹음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화 녹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SK텔레콤 무선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이 애플페이에 이어 통화 녹음까지 가능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고집해야 할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와 통화녹음은 갤럭시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기능이었던 만큼 삼성전자가 고객을 묶어둘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 2개가 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아이폰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한국갤럽의 올해 7월 국내 스마트폰 브랜드 사용률 조사를 보면 애플의 국내 점유율은 23%로 69%의 삼성전자와 비교해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애플의 점유율은 3%포인트 상승했고 18~29세에서는 아이폰 사용자가 6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행에 민감한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아이폰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대 사이에는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에 이어 통화녹음까지 도입되면서 30대 이상에서도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늘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걱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활 정보공유 플랫폼 비누랩스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20대 남녀 대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6%는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바꿀 것이라고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삼성페이 이미지. <삼성전자>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노태문 사장은 7월2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워낙 핵심 기술에 민감하고 모바일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계층별 편차가 크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S24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모든 모델에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램 용량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인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모두 업그레이드하는 결정으로 최근 몇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변화다.
상승한 디스플레이와 램 원가는 갤럭시S24 기본모델과 플러스 제품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400’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삼성페이 경쟁력도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는 가맹점 숫자가 300만 곳으로 10만 곳의 애플페이보다 30배 많고 애플페이는 아직 교통카드 기능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페이의 0.15%라는 높은 수수료는 가맹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를 검토했지만 올해 7월 결국 무료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삼성페이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충성고객을 묶어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간편결제 이용액 가운데 삼성페이 비중은 25.29%로 2021년보다 2.61%포인트 증가하는 등 눈에 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페이 성장세는 외부활동 증가로 오프라인 결제액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애플페이의 출시에도 삼성페이는 기존의 전국적인 오프라인 가맹점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