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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스틸이미지. |
SF영화는 참 흥미롭다.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장르로 미래를 그리지만 늘 그 안에는 현재가 녹아들기 마련이다. 물론 잘 만든 SF영화의 경우에 그렇다.
한국영화 대작들이 휩쓸고 지나간 극장가에 할리우드 SF영화의 반격이 시작됐다. ‘스타트렉 비욘드’가 개봉한 데 이어 SF의 명작으로 꼽히는 ‘매트릭스’와 '칠드런 오브 맨'이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SF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비욘드가 이날 기준 실시간예매율 2위에 올랐다. 12.7%의 예매율을 나타내며 1위를 지키고 있는 ‘터널’의 26.2%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덕혜옹주’를 앞질렀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17일 개봉해 25일까지 8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여름 극장가에서 ‘부산행’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4편이 고루 흥행하면서 기대를 받았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맥을 못 췄던 것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SF영화는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장르다. 기본적으로 높은 기술력과 제작비가 요구되기 때문에 한국영화로 만들어진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한편의 잘 만든 SF영화가 나오려면 단순한 오락적 재미와 볼거리 외에도 미래와 현실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담겨야 한다. 서구에서 SF 원작소설의 전통이 굳건한 데다 할리우드의 경우 제작 초기단계부터 철학자들이 깊숙이 관여하며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1967년 오리지널 시리즈인 스타트렉 ‘Obsession 에피소드’가 처음 나온 뒤 반세기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원래 TV시리즈물로 인기를 끌면서 극장판이 잇달아 나왔으며 이번 편은 시리즈의 13번째 극장판이다.
전작들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국내에서 각각 110만 명, 160만 명 정도 관객동원에 그쳤다. 이번에는 더 큰 스케일과 비주얼로 단장하고 찾아왔다. 대만 출신 감독 저스틴 린과 주연배우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가 직접 방한해 홍보에 나설 만큼 한국관객의 호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23세기 미래 가상도시 요크타운을 배경으로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의 모험과 성장이야기를 다룬다. 스타트렉은 스타워즈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SF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국내에서는 스타워즈보다 덜 대중적이지만 마니아층이 제법 두텁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적의 위협에 맞서는 과정에서 인류의 보편적 동지애를 확인한다는 다소 뻔한 구성을 담고 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인 주인공 커크(크리스 파인)의 영웅적 면모, 스팍(재커리 퀸토)이나 스코티(사이먼 페그) 같은 인물들의 캐릭터에 기댄 면이 크다.
시리즈가 50년 역사에 걸쳐있다 보니 영화적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화면도 더욱 화려하고 세련돼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서사가 신화적 모험담과 보편적 인간애,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담고 있어 관객들의 호불호도 엇갈리고 있다.
스타트랙이 미래사회를 유토피아로 그렸다면 9월22일 재개봉을 앞둔 ‘매트릭스’는 그 반대다. 워쇼스키 남매가 감독한 이 작품은 1999년 개봉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SF영화의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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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트릭스' 포스터. |
가상현실 공간에서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유연한 움직임으로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숱한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매트릭스는 2199년이 배경이다. 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 개봉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첨단과학의 개념들은 불과 20년도 채 안된 지금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개봉 17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되는 만큼 영화가 그려낸 미래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클 듯하다.
무엇보다 매트릭스가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우울한 통찰을 통해 현재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점이다.
매트릭스와 같은날 개봉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도 SF걸작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06년 공개됐으나 10년 만에 정식 수입돼 국내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SF영화 1위,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쿠아론 감독은 2014년 영화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거장이다. 2027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인류가 불임시대를 맞는 가상의 설정 아래 한 소녀가 임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러너’부터 ‘매트릭스’ 등에 이르기까지 SF에서 흔히 만나는 디스토피아적 암울한 세계관이 관통하면서 현대사회의 인종차별, 환경문제 등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