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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친환경비전 선박 너머로 확장, 정기선 목표는 수소 밸류체인 강자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10-13 15: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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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친환경비전 선박 너머로 확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24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목표는 수소 밸류체인 강자
정기선 사장(왼쪽)과 엔 운푸 '엘코젠' 창업자가 11일 서울스퀘어 에스토니아 비즈니스 허브에서 기술투자 계약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HD현대 >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선박을 앞세워 그룹의 주력인 조선사업에서 선두 지위를 다지는 데 이어 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사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궁극의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지향점으로 삼고 선박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확장 적용하면서 다가올 수소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HD현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친환경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며 그룹 사업구조에서 수소 관련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그룹 차원의 장기적 사업 전략에서 수소 가치사슬을 내재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연료전지 전문기업 엘코젠과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4500만 유로(약 640억 원)를 투자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개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엘코젠과 국내에 연료전지 생산법인을 합작설립하는 방안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엘코젠은 2001년 북유럽 에스토니아에 설립된 기업으로 고체산화물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셀과 스택(셀을 직렬로 쌓아올린 연료전지 발전부)을 제조한다. 엘코젠의 연료전지 기술은 운전온도, 전력밀도 측면에서 현재 개발된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는 대개 수소만을 연료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다른 연료전지들과 달리 천연가스, 암모니아, 메탄올, 바이오연료 등 친환경 연료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고온 운전(600~1000℃)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정 사장은 엘코젠과 투자계약을 진행하며 “두 회사 사이 전략적 협력이 미래 핵심 에너지원의 가치사슬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계약이 HD현대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HD현대는 독일 HD유럽연구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연료전지와 수소탱크용 신소재 개발, 액화수소운반선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4월 HD현대는 HD유럽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 동안 1500만 유로 (약 220억  원)을 투자해 미래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연료전지 분야는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장이다. 다만 화석연료가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연료로 상당 부분 대체되는 시점에는 그 쓰임새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해 활용하려면 연료전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아직 시장 형성이 미진한 연료전지에 일찍부터 발을 들이고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주력 사업인 선박건조에 적용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조선사들로서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연료를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최종적으로는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수소를 연료로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는 선박 가운데 하나인 수소연료전지 추진선에는 연료전지가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한다. 

더구나 이번에 HD현대가 투자에 나선 고체산화물연료전지는 수소뿐 아니라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 현재 HD현대가 채택하고 있는 대체연료를 적용할 수도 있어 쓰임새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다만 HD현대는 연료전지 기술력을 조선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방면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전지가 수소 시대의 핵심 요소인 만큼 다양한 사업과 접점을 만들며 수소 가치사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HD현대는 대용량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시스템을 구축해 선박용 발전·추진시스템 개발은 물론 육상발전, 수전해 기술을 적용한 그린수소 생산 등의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뒀다. 

정 사장은 수소 가치사슬을 그룹 내에 구축하며 다가올 수소 시대를 준비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조선업뿐 아니라 에너지, 건설기계 쪽에서 경쟁력을 갖춘 비조선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은 수소 가치사슬 내재화에 비조선 계열사 역량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화석연료로 수소를 추출하지만 탄소 포집·저장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차단한 수소) 생산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수소 충전소 구축 등을 담당한다. 

전력기기 사업을 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수소 연료전지와 관련된 전력기기와 전력 인프라 구축에 나서게 된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하는 건설기계 등으로 수소 가치사슬의 일부를 담당한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사업은 그린수소 생산과 연계할 수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을 비롯한 친환경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으로 수전해를 거쳐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친환경사업을 선박 분야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룹 내 수소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전략은 정 사장이 제시한 ‘퓨처빌더’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퓨처빌더는 정 사장이 HD현대 대표이사로 내정된 직후인 2022년 1월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십빌더(Shipbuilder, 조선사)’로서 성장한 HD현대그룹이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빌더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담은 것이다. 
 
HD현대 친환경비전 선박 너머로 확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24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기선</a> 목표는 수소 밸류체인 강자
▲ 9월5~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2023’ HD현대 부스 조감도. < HD현대 >
애초 그룹과 지주사 이름(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지주)에 들어 있던 ‘중공업’을 빼고 현 HD현대로 사명을 바꾼 데는 사업 정체성을 조선업에 국한시키지 않겠다는 정 사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위해 총 21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소 가치사슬 구축과 탄소포집 기술 등 친환경 연구개발 분야에도 7조 원이 투입된다. 

특히 HD현대의 조선사업은 그룹 내 수소 가치사슬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가치사슬에서는 수소생산과 활용 분야뿐 아니라 수소를 운반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 수소의 장거리 대량운송에는 선박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D현대가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HD현대는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2023’ 기간에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액화수소운반선의 수소시스템에 관한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항해 중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수소엔진과 연료전지로 구성된 전기추진시스템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중연료추진 엔진을 사용해 연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정기선 사장은 HD현대의 가스텍 참가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HD현대는 그 동안 가장 혁신적 해상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어왔다”며 “친환경 시대에 선도적 첨단기술 개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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