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북미 증설 성과를 가시화하며 배터리산업 선두주자로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대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거두며 배터리 업황의 둔화 속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 부회장은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서 업황 둔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동안 공을 들였던 북미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차별화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12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애초 시장의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며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원인으로 북미시장의 성과가 가시화했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2235억 원, 영업이익 7312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매출은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추정치(6751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배터리업황 둔화 조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가 6천억 원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미 공장의 수율과 가동률 향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요까지 뒷받침돼 출하량이 늘어나며 매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제법 큰 규모의 세제 혜택을 보너스처럼 받게 되며 수익성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조건을 충족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미국 내에서 2차전지 셀을 제조하는 기업은 1kWh당 35달러(모듈은 45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한 세제혜택은 2155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0%에 가깝다.
이런 성과는 배터리 셀·모듈은 물론 소재, 원료에 이르기까지 2차전지 가치사슬 전반에서 성장세가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 거둔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배터리산업의 전방 전기차시장은 성장세 둔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 구매자(얼리어답터) 중심으로 형성된 태동기 시장에서 다수 대중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대중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도달한 만큼 일시적 수요 감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전기차시장 성장에 발맞춰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에서 공격적 투자가 진행돼 경쟁 강도가 높아진 만큼 전기차시장이 성장 둔화 구간에 진입하면 공급과잉과 같은 문제를 겪으며 일시적으로 힘든 환경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전기차 침투율이 어느 정도 높아진 유럽과는 달리 북미 시장은 아직 전기차 확산의 초기 단계인 데다 규모도 커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3대시장(미국, 유럽, 중국) 가운데 미국은 전기차 침투율이 10% 정도로 유럽(약 25%), 중국(약 30%)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여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유럽에서는 수요 부진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유럽시장 부진을 미국시장 선전으로 상쇄한 모양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구간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시장은 결국 미국”이라며 “미국 판매량 증가세 확인으로 유럽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고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들의 비중이 확대되며 향후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경쟁사들보다 앞서 북미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했던 것이 성과로 가시화하고 있는데
권영수 부회장은 이를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기업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단독 공장(연산 20GWh)과 오하이오주 GM과 합작공장(연산 45GWh)을 운영하며 연간 65GWh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향후 증설 목표도 글로벌 배터리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을 추가로 가동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증설계획에 따라 2025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연산 43GWh), 오하이오의 혼다와 합작공장(연산 40GWh), 미시간의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까지 가동하게 된다면 2025년 기준 미국에서만 연산 200GWh 넘는 생산능력을 지니게 된다.
북미 전기차시장 진출을 꾀하는 일본 토요타에 배터리를 공급할 목적으로 최근 미시간 공장에 4조 원을 투입해 토요타 전용 배터리 셀·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가로 세운 데서 알 수 있듯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능력 목표치는 더 상향될 여지도 많다.
배터리사업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만도 적어도 2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공장 완공 뒤 가동률과 수율을 안정화해 생산성을 갖추는 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북미시장에서 생산체제를 구축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북미시장에 진출을 꾀하지만 아직 생산체제가 안정화되지 않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미 전기차시장이 성장할수록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배터리 물량을 늘릴 수 있을뿐 아니라 신규 고객사로 영업외연을 확장할 여지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토요타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것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북미 전기차 판매 확대를 목표로 하는 토요타로서는 이를 뒷받침할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이다.
▲ LG에너지솔루션 북미에 지었거나 건설 중인 생산공장 현황. < LG에너지솔루션 > |
권영수 부회장은 토요타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으며 "세계 1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 토요타와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협력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커다란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 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북미 생산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혁신적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시장 성과 가시화로 생산 능력에서뿐 아니라 이익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선두 배터리업체 위상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사인 삼성SDI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매출이 20조1241억 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보다 적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8080억 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법 큰 차이로 따돌렸다.
다만 올해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에서도 삼성SDI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올해 연간기준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조569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9402억 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장 전망은 앞으로도 밝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고객사인 폭스바겐과 르노 등을 중심으로 한 판매 둔화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테슬라, GM 등 전기차 고객사를 중심으로 4분기에 판매 회복이 기대된다”며 “제품 판매가격 하락폭이 축소되고 미국 전기차 고객사의 생산·판매 개선으로 매출이 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