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산업, 이것은 바로 해운산업이다.
바다에서 큰 배를 통해 제품을 운반하는 해운산업은 전 세계 물류의 80%를 차지한다.
4면이 바다와 휴전선으로 둘러싸인 한국에선 그 비중이 더 높다. 수출입 물량의 99.7%를 해운이 도맡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해운산업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거대한 과제에 마주해 있다. 탄소중립, 즉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유튜브채널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싶었던 낭만선장’ 영상을 공개하고 해운산업의 탄소중립 필요성을 짚었다.
영상에 출연한 이정민 기후솔루션 피디(PD)는 “전 세계 물류의 대부분을 실어나르 해운산업은 세계 무역의 동맥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짚었다.
우선 전 세계 해운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고 있다. 얼핏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해운산업을 하나의 나라로 보면 탄소배출량이 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다.
해운산업을 국가로 가정하면 2019년 기준 중국(29.5%), 미국(14.1%), 인도(6.9%), 러시아(4.9%), 일본(3.2%)에 이어 6번째로 많은 것이다.
국내로 범위를 좁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후솔루션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해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부의 집계보다 4배 이상 많은 4%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1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7억137만 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수) 가운데 해운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 미치지 못한다.
이 피디는 “정부가 발표한 수치는 국내 해운에서 배출된 것만 계산한 값이고 국제 해운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포함하지 않은 값”이라며“수출입 물량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데 우리나라 밖에서 돌아다니는 선박의 배출량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측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해운산업은 세계에서 선도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부산항은 국내 화물 물량의 77%를 취급한다. 또 컨테이너 화물 기준 세계 7위, 환적화물 기준 세계 3위 규모를 보인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기후솔루션> |
국내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이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해운산업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피디는 “보유 선박 수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 교통량 세계 4위, 선박 수주 37%를 담당하는 우리나라는 해운(조선)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위상이 있는 반면 기후변화 시대에 헤쳐 나가야 할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세계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가속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올해 7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08년과 비교해 2030년까지는 20~30%, 2040년까지는 70~8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는 중간 지표도 설정다. 2018년 세워진 ‘2050년 50%’ 감축에서 크게 강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부가 2021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뒤 올해 2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마련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이런 해운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을 위한 집중이 궁극적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해운산업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운항 즉 선박이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그러나 무탄소 연료는 말 그대로 온실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다.
현재 해운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연료는 중유다. 중유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증류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얻어지는 기름이다. 연소시 온실가스와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이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등을 선박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 전기(배터리)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선박 추진 동력으로 쓰기 위한 노력도 있다.
다만 이런 기술들은 상용화 시기가 빨라야 2030년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후솔루션은 결국 무탄소 연료에 집중한 투자 및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모으고 정부도 더 적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정훈 기후솔루션 해운담당 연구원은 “무탄소 연료의 전환 노력은 지금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투자 증액 확대 등 세부계획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후솔루션은 해운산업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등 완전한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에 힘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검다리 연료로 꼽히는 바이오 선박유, 메탄올 등도 엄격한 기준을 통해 친환경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 이 선박에는 e-메탄올이 사용된다. < HD현대 > |
이처럼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현재 해운산업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 선박유, 메탄올 등 ‘저탄소 연료’도 징검다리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저탄소 연료가 온실가스를 아예 배출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단기 해결책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더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염 연구원은 “LNG의 주성분인 메탄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29배에 이르고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LNG가 기존 연료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선박유, 메탄올 등 다른 연료도 온실가스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고 무탄소 연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대한 짧은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선박유가 단순히 식물자원이 아닌 폐기물로 만들어 생산돼야 진짜 탄소중립의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또 국가간 협력을 통한 녹색해운항로가 무탄소 연료 안착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봤다. 녹색해운항로는 각 항만을 연결하는 항로에 무탄소 연료 선박들이 투입되고 항만들은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바닷길을 말한다. 주로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으로 구축된다.
염 연구원은 “국제해운은 한국 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타 국가와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관한 협약을 맺고 무탄소 연료 선박 투입 등 조건 달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
[편집자주] 폭염, 가뭄, 산불, 홍수, 생태계 파괴 등 급격한 기후변화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다시 인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과 해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비즈니스포스트와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현재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고, 그 해법들을 다루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솔루션의 문제 제기와 대안 제안 시리즈를 지면으로 전한다. 더 상세한 현장 상황과 문제, 해법 설명은 기후솔루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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