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브릿지바이오(브릿지바이오테라퓨릭스)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시험을 무더기로 중단하고 있다.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버리, 네오이뮨텍 등 7곳이 최근 주요 파이프라인을 제외하고 다른 파이프라인 임상시험에 대한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 27일 국내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와 관련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바이오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파이프라인을 제외하고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실험하는 이미지.
국내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금 부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브릿지바이오는 26일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후보물질 BBT-176과 안저질환치료제 후보물질 BBT-212 등 2개 후보물질 개발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대신 시장 가능성이 높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제넥신도 4일 단장증후군 치료제 GLP-2 임상 1상 시험을 자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셀리버리는 최근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치료제, 근간장성이영양증 치료제 등 주력 파이프라인 3개를 제외하고 6개 후모불질에 대한 연구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무상증자 결정을 위한 주요사항보고서에서 20여 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 주목을 받았던 관련 백신들이 대거 포함된 점도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다.
네오이뮨텍은 7월 공시를 통해 면역항암 신약 후보물질 ‘NT-I7’의 글로벌 임상인 NIT-104(교모세포종), NIT-106(피부암), NIT-109(위암) 등 3건의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고바이오랩이 7월 궤양성 대장염 치료 후보물질 KBL697 임상2A상을 지씨셀이 같은 달 판상형건성 치료 후보물질 CT202 임상1상을 조기종료했다.
이들은 모두 선택과 집중을 표면적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국내 바이오투자가 감소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벤처들은 일반 기업과 달리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기술 수출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을 꾸려간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이 맞물린 데다 바이오와 같은 고위험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작은 바이오 기업부터 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바이오·의료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는 5961억 원으로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54.7% 급감했다. 같은 기간 벤처투자에서 바이오·의료 비중은 13.4%에 그쳤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2.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투자 업계에선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장밋빛 미래보단 매출 증가율과 흑자 전환 가능성 등 현실적 근거를 고려해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후속 투자 유치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업체 심사역은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눈에 보이는 숫자가 있어야만 투자를 진행하는 분위기가 이미 팽배해져 있다"면서 "특히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