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회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됐지만 의사 환자 모두 불만, 장기간 혼란 불가피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3-09-25 15: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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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됐지만 의사 환자 모두 불만, 장기간 혼란 불가피
▲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시행 첫날인 9월2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의료법 개정에 따라 병원 수술실 내부에 CCTV(폐쇄회로) 설치 의무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나 의사단체는 물론 환자단체도 현행 제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 이행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여전히 대치하는 모양새라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따르면 25일부터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수술실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국 병·의원은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때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CCTV 설치 및 촬영 의무를 위반한 병·의원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며 영상을 임의로 누출·훼손하거나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 시행일인 25일을 기준으로 (CCTV) 설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CCTV 설치 이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제도 안착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의료계나 환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수술실 CCTV 설치가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의료진의 소극적 진료, 수술 집중도 저하 등을 야기해 궁극적으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됐지만 의사 환자 모두 불만, 장기간 혼란 불가피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월25일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전세계 어디에도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화한 국가는 없다”며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환자와 의사간 신뢰관계를 저해하며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진료 위축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또 수술실 CCTV 의무화를 향한 의사들의 높은 반대 여론도 제시했다. 의협이 8일부터 18일까지 회원 12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93.7%가 개정 의료법에 반대했으며 91.2%는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의협은 또 응답자의 55.7%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따라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미 의협은 5일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직업수행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CCTV 의무화 예외조항 때문에 개정법률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세부 사유가 너무 많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수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 △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한 시점에 촬영 요청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의료기관의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30일로 돼있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상 보관 기간이 짧아 실제 의료분쟁에 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촬영 제한이 너무나 주관적이면서 광범위하고 열람 조건도 너무 까다롭다”라며 “보존기간이 30일이라고 하면 정말 그건 말도 안 되는 보존기간이고 최소한 90일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법이 시행된 만큼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해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복지부는 “수술실 CCTV 법 시행 내용은 2021년 9월 24일 공포된 법률 규정사항에 따른 것으로, 시행 절차·기준을 각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논의를 통해 마련했다”며 “지자체 등과 함께 의료기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직접 현장에도 방문해 시행과 관련한 현장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단체 협조 하에 현장 질의·건의사항 접수 창구 등을 운영하면서 시행 이후 의료계·환자단체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 회의도 적극 진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조치다.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수술사고로 사망한 권대희 씨의 사고 전모가 수술실에 설치돼있던 CCTV영상을 통해 드러나면서 세계 최초로 제도가 마련됐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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