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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물이 '시냇물' 되자 수달 돌아와, SK하이닉스 폐수 처리시설로 마른 하천도 살렸다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09-22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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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물이 '시냇물' 되자 수달 돌아와, SK하이닉스 폐수 처리시설로 마른 하천도 살렸다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방류수가 흐르는 죽당천에 수달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천=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 하천 바닥이 보일 만큼 맑은 물이 풍성한 수풀 사이로 평온하게 흐르고 있었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을 가로지르는 7.8km 길이의 죽당천 상류였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가슴 가득 풀 향기가 차올랐다. 잔잔하고 여유롭게 흐르는 물에 잡념이 씻겨 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맑은 물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방출되는 방류수, 다시 말해 공장폐수를 처리해 방류한 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200여 미터 떨어진 공장 방류구에선 방류수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욱 믿기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이곳이 과거에 건천 즉 조금만 가물어도 물이 쉽게 마르는 하천이었다는 점이다.
 
공장 물이 '시냇물' 되자 수달 돌아와, SK하이닉스 폐수 처리시설로 마른 하천도 살렸다
▲ 19일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의 7.8km 길이의 죽당천 상류 모습. 식생들 사이로 바닥이 비치는 투명한 하천수가 흐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 자료에 따르면 1984년 이천캠퍼스 설립한 뒤 방류수가 흐르면서 죽당천 수량이 지금처럼 늘었다.

단순히 수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도 늘었다. 수량이 늘어남에 따라 먹이사슬이 갖춰지면서 수생태계가 갖춰진 것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020년 7월 죽당천에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수달 2~3마리가 가족을 이뤄 정착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삵, 황조롱이, 독수리, 원앙 등 법종보호종이 죽당천을 찾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캠퍼스 인근에 방류수가 유입되는 생태공원 ‘해피니스 파크’를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생태복원 효과를 보이고 휴식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이처럼 죽당천의 수생태계가 복원된 데엔 SK하이닉스의 남다른 노력과 노하우가 숨어 있다.

그것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CDP로부터 2022년 물 경영(Water Security)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폐수’라는 워터리스크(Water risk)를 수생태계 복원이라는 지역사회 공헌 요소로 바꿔낸 SK하이닉스의 비결을 살펴보기 위해 19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갔다.
 
공장 물이 '시냇물' 되자 수달 돌아와, SK하이닉스 폐수 처리시설로 마른 하천도 살렸다
▲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폐수 처리시설(뒤쪽 높은 건물)은 대형 백화점보다 컸다. 이곳에 하루 8만여 톤의 물이 처리돼 방류까지 이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 죽당천 수생태계 복원 비결, 폐수 처리 방법의 세분화

폐수 처시리설이 웬만한 대형 백화점보다 컸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는 이 시설을 통해 하루 8만여 톤의 폐수를 처리해 방류하고 있었다.

제조 공정에 사용된 용수는 폐수 저류조에 머무르다 폐수 처리시설로 옮겨진다.

폐수는 세 단계로 처리가 된다. 응집·침전 과정을 통해 용존 불순물을 제거하는 ‘물리화학적 처리 공법’, 생물학적 처리와 분리막 여과장치를 결합한 ‘막결합형 생물반응기 공법’, 잔여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처리 공법’.

이 단계들을 거치면 폐수는 수생태계를 살리는 자연의 물로 거듭난다. 

이처럼 폐수 처리 공법을 세분화한 것은 폐수의 종류와 상관없이 물을 깨끗이 정화하기 위함이다.

SK하이닉스는 다른 공장들과 비교해 폐수의 종류를 더 자세히 나누고 각 폐수 수종에 맞는 처리 공법들이 쓰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유기성 폐수, 무기성 폐수, 산폐수 등으로 폐수의 종류를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최적 공법을 적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처리한 폐수를 실시간 수질자동측정기를 통해 검사하고 이 결과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전송한다.

수질자동측정기는 환경부 및 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측정장치(TMS)와 함께 SK하이닉스만이 보유한 생물감시장치로 이뤄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생물감시장치의 검사 과정도 세분화했다. 

생물감시장치는 물벼룩(중금속), 미세조류(유기물질), 황산박테리아(이온성 물질)를 통해 각각의 물질에 관한 독성물질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기존에 물벼룩만을 이용했던 방법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특히 생물감시장치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렇지만 SK하이닉스는 이천캠퍼스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강화한 폐수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천 지역은 상수원 수질보전지역에 해당하고 한강 상류라는 지리적 요인에 따른 환경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폐수처리 결과를 SK하이닉스가 직접 증명하고 지역사회와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선 선제적 모니터링이 필요했다.

수질자동측정기를 통과한 물은 비로소 죽당천으로 방류된다. 이상여부가 발견된 물은 비상저류시설로 이동돼 재측정 및 재처리 과정을 거친다.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방류수는 환경정책기본법 기준상 모든 지표가 청정상태의 생태계 수준인 ‘매우 좋음(la)’ 또는 ‘좋음(lb)’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매우 좋음’은 간단한 정수처리 뒤, ‘좋음’은 일반적 정수처리 뒤 곧바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물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방류수 수질 모니터링에도 꾸준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천캠퍼스 인근 죽당천부터 복하천까지 5개 지점에서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SK하이닉스는 매월 1회 수질 측정, 매분기 1회 수생태계 변화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현정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용수 관리를 잘하고 있는 모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이어 “SK하이닉스의 이천사업장은 상수도 보호지역에 있어 철저한 폐수 처리 공정이 필수”라며 “이에 SK하이닉스는 규제 기준 이상의 수준을 설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장 물이 '시냇물' 되자 수달 돌아와, SK하이닉스 폐수 처리시설로 마른 하천도 살렸다
▲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방류구 모습.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가뭄, 물 스트레스 만큼이나 방류수 수질 규제를 중요한 워터리스크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물 관리 우수기업의 노하우를 죽당천에서 안성천으로, "또 다른 건천을 살리겠다"

이천캠퍼스와 죽당천의 사례는 SK하이닉스가 물 관리 분야에서 왜 우수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는 기업에 미치는 워터리스크의 대부분이 가뭄에 따른 물 부족, 홍수에 따른 설비 피해 등 물리적 변화로만 이뤄져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기업이 공정 및 설비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폐수 처리 분야 역시 높은 수준의 워터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CDP에 따르면 지난해 CDP에 응답한 국내 기업 가운데 12%는 ‘방류수 수질 및 방류량 규제’를 국내 물 리스크 주요 세부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기업들에는 방류수 수질 규제가 주로 적용된다. 폐수 처리가 ‘가뭄(13%)’과 ‘물 스트레스의 증가(13%)’와 거의 비슷한 리스크로 지목된 것이다.

김 연구원은 “방류수 관련 규제로 인한 리스크는 기업에 실질적이고 재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방류수 수질 규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기업은 벌금, 제재조치, 또는 이행명령에 따라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CDP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올해 2월 물 경영(Water Security)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CDP 물 경영 평가 세부지표는 △리스크 평가 여부 △사업 내 물 기회 파악 여부 △내부 정책 수립 여부 △이슈에 대한 이사회 감독 여부 △전사적 정량적·정성적 목표 수립 여부 등이었다. 2022년에 SK하이닉스는 모두 충족했다.

물 리스크 파악 범위에는 직접 운영하는 사업장은 물론 가치사슬 즉 공급망까지 포함된다.

SK하이닉스는 이천캠퍼스의 폐수 처리 노하우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적용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전문 산업단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125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지난 6월 부지 조성작업을 시작하며 사업이 본격화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개를 짓는다. 이 밖에도 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 곳이 클러스터에 함께 위치하게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방류수는 곧바로 용인시 바로 아래 안성시의 하천인 한천과 안성천으로 흘러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이곳 방류수의 철저한 관리도 계획 중이다.

2021년부터 SK하이닉스는 지역 주민, 전문가들과 함께 안성천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천캠퍼스의 경험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생태 변화를 데이터화해 수집 중이다. 6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는 건천인 안성천이 방류수를 통해 생태계 복원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적용을 위해 폐수 관리 관련 연구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천캠퍼스의 폐수 처리 노하우를 용인에도 옮겨 물 안정성을 도모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것. 그것이 SK하이닉스가 죽당천에 이어 안성천에서 바라는 바였다. 장상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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