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전북 익산 하림퍼스트키친에서 열린 식품문화행사 NS푸드페스타에서 ‘영셰프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올해 처음 열린 요리 경연에서 한 참가자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고등학생 예비 요리사들의 자세는 자못 진지했다.
“매실청을 넣지 않았을 때와 넣었을 때를 비교해 보니 식감이 달라지던가요?”
“네, 확실히 마리네이드(식재료를 조리하기 전에 양념에 재어두는 것) 한 뒤 고기를 먹어보니 육질이 더 연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스를 만들 때 전복을 생으로 갈아서 만들었나요? 아니면 삶은 뒤에 갈아서 만들었나요?”
“저는 생으로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통상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는 삶은 뒤에 내장을 제거한 뒤 소스를 만들어요. 그렇게 하면 전복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지는데 다음에 요리할 때 한번 참고해서 만들어보길 바래요.”
15일 전북 익산 하림퍼스트키친에서 열린 식품문화행사 NS푸드페스타에서 ‘영셰프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올해 처음 열린 요리 경연의 한 장면이다.
조리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개 팀이 이날 본선 대회에서 경쟁했다. 심사위원들의 애정어린 질문에 고등학생들은 서툴지만 성심성의껏 자신의 요리 작품을 설명했다.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을 버벅거리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이 오랜 기간 준비한 요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점에서 차별화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조항목 엔에스쇼핑(NS홈쇼핑 운영사) 대표이사가 NS푸드페스타 현장에서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식품문화축제를 표방하는 ‘NS푸드페스타’는 꽤 오래된 행사다. 2008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벌써 횟수로 14회째다
행사 주최사인 NS쇼핑(NS홈쇼핑 운영사)은 옛 회사 이름인 농수산홈쇼핑때부터 이 행사를 해마다 열었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과 2021년에는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행사를 재개했다.
역사가 긴 만큼 행사의 성격도 달라졌다.
2008년부터 4년 동안은 ‘우리돼지요리경연축제’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이후 3년 동안은 ‘우리축산물요리경연축제’로 개최됐다. 2015~2017년에는 분야를 더 넓혀 ‘우리먹거리요리경연축제’로 진화했으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NS쿡페스타’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다.
여태껏 열린 행사 특징은 요리 경연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행사 성격을 좀 바꿨다.
NS홈쇼핑은 올해부터 행사 이름을 NS푸드페스타로 바꾸고 일정도 기존 1일에서 2일로 늘렸다. 행사의 핵심인 요리 경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튿날 행사에 식품산업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식품문화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행사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록 행사 당일 아침부터 비가 적지 않게 온 터라 관람객들이 많지는 않았다. 행사 개막일이 주말이 아닌 평일 마지막날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수개월을 요리 연구에 매진해온 참가자들의 기대 섞인 표정을 살펴보니 NS홈쇼핑이 이 행사를 14차례 진행하며 쌓아온 역사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NS푸드페스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요리 경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NS푸드페스타 행사장은 크게 개막식과 요리 경연이 열리고 NS푸드페스타의 역사를 알리는 부스가 마련된 공식행사장, 하림그룹 및 NS홈쇼핑의 협력사들이 마련한 전시·체험·시식·판매 부스 등 야외광장으로 나뉘어 있다.
NS홈쇼핑은 NS푸드페스타의 역사를 놓고 “국내 농수축산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고품질 식품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선도하겠다”고 소개했다.
조항목 NS홈쇼핑 대표이사는 공식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돼지고기 부위 가운데 뒷다리살 같은 비선호 분위는 잘 팔리지 않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페스타를 처음 준비했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가운데)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 등이 NS푸드페스타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NS홈쇼핑을 계열사로 둔 하림그룹도 이 행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1시경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헌율 익산시 시장 등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개막식이 오후 2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이나 빨리 행사장을 찾은 것은 ‘가루쌀 라면 경연’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루쌀은 재배 방식이 밥쌀과 유사하지만 밀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새로운 쌀 품종이다. 서구화한 식습관으로 줄어드는 쌀 소비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략 작물로 꼽힌다.
NS홈쇼핑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보도자료에서 가루쌀 알리기에 나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림그룹 역시 가루쌀을 활용한 라면 2종을 최근 출시했는데 NS푸드페스타를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김 회장은 가루쌀 라면 경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저도 이 행사에 게스트로 참석했기 때문에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대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가루쌀 라면은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가운데)이 NS푸드페스타에서 열린 가루쌀 라면 경연에서 시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 회장은 가루쌀 라면 시식 평가가 이뤄질 때 무대에 올라 한 참가자의 라면을 먹으며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과 함께 시식을 위해 경연 무대에 오른
정황근 장관은 가루쌀 라면을 맛본 뒤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엄지를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정 장관은 “가루쌀은 제가 학교에 있을 때부터 주목하던 작물이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들을 통해 가루쌀이 더 잘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16일까지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제4산업단지에 있는 하림 생산공장 ‘하림퍼스트키친’에서 열린다.
행사 이튿날인 1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소스학회, 하림산업 관계자들이 나와 ‘가루쌀 활성화 정책 추진방향’ ‘식재료 관리 및 소스를 이용한 메뉴 개발’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라면 개발사례’ 등을 발표한다.
하림의 제품을 활용해 오야꼬동이나 도시락을 만드는 쿠킹클래스 행사도 개최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