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증권 지분 전량을 사들인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 매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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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매입가격은 18일 종가기준(3만8200원)으로 2342억5200만 원이다. 매입 이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율은 11.14%에서 19.16%로 높아지게 된다.
삼성생명은 지분 매입과 관련해 “보험영업 사업의 시너지 확대와 보험자산 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간금융지주회사란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 금융지주회사를 원래의 지주회사 밑으로 포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 금융자회사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는 동시에 모든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이 올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37.5%)를 1조5405억 원에 매입하면서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사실상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지분율 15%), 삼성증권(19.16%), 삼성카드(71.9%), 삼성자산운용(9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오진원 하나대투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이번 지분 매입 결정은 사실상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수순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법은 19대 국회때도 국회에 상정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 법의 통과를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삼성그룹이 금융은 삼성생명 중심으로, 전자 등 실물 사업부문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43%)의 3% 이상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당장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주식 매입은 지분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삼성생명의 경우 계역자배당이나 삼성생명법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어 당장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