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새로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소비자 분쟁 조정에도 적극 나선다는 뜻을 보이면서 판매사인 시중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투자 금액 일부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결정을 내렸으나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24일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감원은 9월 디스커버리 펀드 최대 판매사인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 등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다른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검토하는 단계인데 금융권은 은행권으로 검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디스커버리 판매 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디스커버리 펀드를 재검사하는 과정에서 펀드 돌려막기 등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위법 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2019년 2월 자금을 넣은 A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의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다가온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려워지자 또 다른 B 해외 SPC가 A의 후순위 채권을 인수하는 연계 거래를 통해 이를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B SPC는 신규 펀드 자금 344만 달러를 모집했는데 목적이 A SPC 투자 펀드 상환에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투자 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 제안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은행 등 펀드 판매사가 이런 운용사의 ‘돌려막기’ 중에도 투자자들에게 정상 펀드인 것처럼 설명했거나 거짓 기재한 투자 제안서로 투자자를 속였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소비자 분쟁 조정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보상 기준을 마련했는데 추가 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따라 기존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수하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방식 적용까지 검토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가 6월28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판매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당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판매사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조항이다.
금감원은 앞서 2021년 5월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 조정 절차에서 불완전판매만을 인정해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했는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적용되면 투자자들은 원금을 100% 돌려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현재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 3개 펀드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만 계약 취소를 하거나 보상 비율을 높이는 등 분쟁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24일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 결과’ 발표에서 “라임과 옵티머스는 원천 무효가 됐거나 분쟁 조정도 상당 부분 이뤄져 디스커버리와 비교해 추가 조정 요인은 없을 것”이라며 “디스커버리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추가 검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판매 은행 3곳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행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 펀드를 모두 6792억 원 규모로 판매했고 이 가운데 914억 원이 환매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투자 손실을 최대 80% 수준에서 배상하기로 했는데 이런 방침을 지키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금감원 검사 진행 방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금액은 각각 584억 원, 106억 원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은 앞서 2020년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정했는데 금감원의 권고가 원금 전액 배상으로 바뀌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아직 금감원 제재가 결론 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2022년 3월 라임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해리티지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9개 사모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 징계를 받았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