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대구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이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으로부터 반대 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대구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이 사외이사 3명으로부터 반대 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쇼핑이 본업에서 온전하게 회복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대규모 투자 계획이 많이 잡혀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강한 압박을 받은 탓에 결국 7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22일 롯데쇼핑이 최근 공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3월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라갔던 ‘대구 수성 롯데복합몰 개발계획 및 합의서 체결의 건’은 일부 이사진이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가결됐다.
당일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갔던 의안은 모두 7건이다. 나머지 안건 6건은 모든 이사회 구성원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대구 롯데복합몰 관련 안건에서만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낸 이사는 3명으로 모두 사외이사들이다. 김도성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심수옥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상철 법무법인삼양 변호사 등이다.
롯데쇼핑 사외이사가 모두 5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반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이유는 나머지 이사들이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반대 의견을 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롯데쇼핑의 공시에 따르면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들이 대구 롯데복합몰 관련 안건에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도성 교수와 조상철 변호사는 이 안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의사를, 심수옥 교수는 보류 의사를 밝혔다고 롯데쇼핑은 공시했다. 다만 공시 작성 기준에 따라 이런 의견 표시를 ‘반대’로 표기한 것이라고 롯데쇼핑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반대 의견을 냈는지에 각 사외이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한 사외이사로부터만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는 늘 이사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그 의견에 대해 세부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반대 배경에는 대구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기에 롯데쇼핑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5조4760억 원, 영업이익 3862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1년보다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6.0%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일으키기 적합한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을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순손실 3187억 원을 냈다. 2020~2022년 3년 동안 낸 순손실 규모만 모두 1조2783억 원이다.
롯데쇼핑이 앞으로 롯데백화점의 고급화와 롯데마트의 온라인 신선식품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해놓고 있다는 점도 대구 복합쇼핑몰 사업 추진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영국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총 6개의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를 만드는 데 모두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쇼핑 입장에서 대구 복합쇼핑몰 건설 문제는 올해 초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던 사안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월2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롯데몰사업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정책적 수단이 수반돼야 기업이 움직이니 구속력 있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홍 시장은 3월 첫째 주까지 구속력 있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협상 결렬을 대비해 롯데쇼핑이 보유한 부지를 환수하는 절차 등도 가능한지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사실상 롯데쇼핑을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느꼈을 부담감은 상당했을 수밖에 없다.
▲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오른쪽 첫번째), 최삼룡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왼쪽 첫번째)이 3월10일 오전 수성알파시티 롯데 복합쇼핑몰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한 뒤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
롯데쇼핑의 대구 복합쇼핑몰 건설 사업은 2014년 말 부지를 분양받으면서부터 시작했다. 2021년 2월경 롯데백화점이 사업을 주도하도록 했으며 2021년 5월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쇼핑몰 건설이 추진됐다.
이후 다섯 달이 지난 2021년 10월 사업 규모를 더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투자 예정 금액도 기존 5천억 원에서 7500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놓고 여러 의혹이 나왔다. 2021년 5월 이후 진행된 공사는 사실상 땅고르기 수준에 멈춰 있었는데 이를 놓고 롯데쇼핑이 부지 가치를 높인 뒤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해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대구시와 시민단체 안팎에서 제기됐다.
롯데쇼핑은 홍 시장의 압박에 결국 3월10일 대구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대구 수성알파시티 롯데 복합쇼핑몰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는 사업추진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과 이행 담보 조항 등이 담겼다.
롯데쇼핑은 당시 2026년 6월 말까지 롯데몰 공사를 완료하고 3개월 뒤인 9월 말까지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12월 초에 지하층 토목·골조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롯데쇼핑은 이 복합쇼핑몰을 경기 의왕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타임빌라스처럼 짓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 복합쇼핑몰의 가칭도 ‘타임빌라스 수성’이다.
의왕타임빌라스는 ‘자연 속 휴식’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복합쇼핑몰로 롯데쇼핑의 새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희헌 기자
▲ 사진은 가칭 '타임빌라스 수성' 조감도. <롯데쇼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