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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역시 아이폰의 힘은 대단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업계의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폰은 두 자리 수 판매증가율을 기록하며 애플의 3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애플은 ‘아이폰6’으로 기세를 이어가려고 한다.
애플은 2014 회계연도 3분기(4~6월)에 매출 374억 달러와 순이익 77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6%와 12% 늘었다.
애플의 매출은 시장 전망치인 379억9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순이익의 경우 시장 전망치인 74억9천만 달러를 넘겼다. 총 마진율도 전년동기 36.9%보다 높은 39.4%를 기록했다.
◆ 애플 실적 1등 공신 ‘아이폰’
애플이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아이폰 덕분이다. 아이폰 판매량은 352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20만 대보다 12.7% 늘었다. 3590만 대 판매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보다 적지만 2분기에 이어 또 다시 두 자리 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주장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고가모델 판매정체와 중저가모델 판매증가로 올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이 지난해보다 6.3% 하락한 314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도 애플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신흥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아이폰 수요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이들 국가에서만 아이폰 판매량이 약 55%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시장에서 아이폰과 컴퓨터 맥(Mac)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와 39% 늘었다. 매출도 28%나 증가했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손잡는 등 중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애플이 지난해 9월 ‘아이폰 5S’와 ‘아이폰 5C’를 출시한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좋은 실적을 거둔 점은 라이벌 삼성전자와 비교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5’를 출시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4%나 줄어든 7조2천억 원에 그쳤다. 매출도 9.5% 감소한 52조 원을 기록했다.
아이폰이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2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한 1227만 대를 기록했다. 태블릿PC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데다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 아이패드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 애플, 하반기 실적도 아이폰만 믿는다
애플이 3분기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7~9월)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애플의 실적은 전통적으로 신제품 출시와 연말이라는 이벤트가 겹치는 1분기(10~12월)에 가장 좋은 반면 그 직전인 4분기에 가장 저조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날 4분기 매출 목표치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370억~400억 달러로 제시했다.
마에스트리 CFO는 “올 4분기에 신제품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6는 올해 후반기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진 먼스터 파이퍼제프레이 애널리스트는 “아이폰6는 9월 말에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올 하반기 실적은 아이폰6에 달려있다. 비즈니스데일리는 “아이폰6가 출시되면 애플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아이폰6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패드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아이폰만이 유일한 ‘믿을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주요 공급업체들에 7천만~8천만 대 분량의 부품을 주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WSJ는 “아이폰6의 초기 생산물량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며 “5천만~6천만 대였던 아이폰5S와 5C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아이폰6는 기존의 애플 제품들과 다른 ‘큰 화면’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주요 공급업체인 팍스콘과 페가트론에 4.7인치와 5.5인치 모델 생산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5인치가 넘는 대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는데 비해 애플은 항상 ‘4인치 아이폰’을 고수했다. 이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잡스 전 애플 CEO의 신념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더 큰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결국 애플도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Canalys)가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조사한 결과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중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의 비중은 34%나 됐다. 특히 5인치 이상 제품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무려 369%나 성장해 소비자들이 점차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