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본격적으로 유상증자 작업에 착수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신뢰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를 위해 실권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점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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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삼성중공업이 최근 경영진단 결과에서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고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참여 없이도 유상증자가 성공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1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한 정관을 개정한다. 삼성중공업은 주식 신규발행 한도를 기존 3억 주에서 5억 주까지 늘리기로 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약 1조 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최대 2조 원까지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점쳐왔는데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큰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유상증자 규모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뒤 이사회를 소집해 정확한 유상증자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11월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계획을 세워놓았다.
삼성중공업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최대주주인 삼성전자(17.61%)를 비롯해 삼성생명과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분은 모두 24.08%에 이른다.
주주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20%까지 추가로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조 원 유상증자를 할 경우 삼성그룹은 최대 29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삼성중공업에 투입하게 된다.
삼성그룹이 사실상 삼성중공업에 대한 회생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대응은 이와 비교해 현격한 온도차가 난다.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과 달리 이 부회장의 도움없이도 자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다가 신주발행 규모가 기존에 발행된 주식규모의 350%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새로 발행하는 신주 규모가 현재의 50% 수준에 머물러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덕에 향후 수익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 283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인력 구조조정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약 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원가구조를 개선해 추가 손실이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연간 비용절감 효과로 올해 영업이익 증대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