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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세계 해운업계 2차 치킨게임 예고하다, HMM 이겨낼 힘 충분한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8-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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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삼고초려로 찾아온 유비에게 천하를 세 부분으로 나눠 그 중 하나를 차지한다는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다.

3이라는 숫자는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완벽한 숫자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쉽게 압도적으로 강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꼭 삼국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도 있고, 또 고대 로마의 삼두정치도 있다. 현대 민주정의 기반이 되는 ‘삼권분립’에도 숫자 3이 있다.

해운업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삼국지의 ‘조조’를 연상시키는 최강세력 2M을 정점으로 그에 맞서는 오션 얼라이언스, 그리고 나머지 둘보다는 세력 측면에서 조금 부족하지만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디얼라이언스가 서로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해운업계의 균형이 시한부가 되어버렸다. 2M이 해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2M은 2025년 1월부터 얼라이언스를 해체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2M은 각각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 생존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M이 각자 노선을 선택했을 때, 해운업계에 엄청난 파도가 몰아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파도란 바로 ‘치킨게임’의 재발이다. 세계 유수의 해운사들을 몰락의 길로 내몰았던 그 암흑시대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2차 치킨게임이 시작된다면, 그 시작점은 MSC가 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선복량 강화보다 ‘종합물류회사’로 변신을 꿈꾸고 있지만 MSC는 지난해와 올해 선복량을 눈에 띄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동의 1위였던 머스크를 누르고 세계 선복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선복량은 곧 원가 경쟁력이다. 2M 해체 이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MSC가 강대한 연합체인 오션 얼라이언스와 디얼라이언스를 약화시키기 위한 방책으로 치킨게임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삼성SDS의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에 게재한 ‘2M얼라이언스 해체 의미와 영향’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2025년 2M의 해체로 MSC와 머스크가 독자 노선을 가게 되면 컨테이너 해운 시장 집중도는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시장 집중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된다는 의미로 선사 또는 얼라이언스 간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집중도가 완화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임시 결항(blank sailing) 등 공급조절 행위가 실효성을 거둘 가능성이 낮아져 운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로 대표되는 해상 운임은 매우 낮은 수준에 형성돼있다. 7월 14일 기준 SCFI는 979.11로 코로나19 당시 5천을 기록하기도 했다는 것을 살피면 상당히 많이 내려와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HMM은 또다시 치킨게임이 벌어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을까?

HMM은 치킨게임에 허덕이던 과거의 ‘현대상선’은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현대상선 시절과 비교하면 선복량이 정말 괄목상대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HMM은 올해 내로 100만 TEU의 선복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대 가운데 초대형 선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 역시 HMM의 장점이다. 해운 전문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의 월간리포트 6월호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HMM 전체 선대에서 1만5천 TEU 이상의 초대형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1%로 모든 글로벌 선사 가운데 가장 높다.

HMM 다음으로 그 비중이 높은 에버그린이 29%, 3위인 CMA-CGM이 25%다. MSC는 선대의 23%, 머스크는 선대의 24%가 초대형선으로 구성돼있다.

1만8천TEU 이상으로 한정시켜서 봐도 마찬가지다. HMM의 1만8천TEU 이상 초대형선 비율은 35%로 역시 세계 1위다. 2위인 에버그린이 29%, 3위인 코스코가 21%다.

초대형선의 비율은 생각보다 치킨게임을 버티는 데 굉장히 커다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같은 10만TEU를 수송하더라도 대형선이 서너 번 가는 것하고, 소형선이 수십 번 가는 것하고는 비용 면에서 전자의 압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 2차 치킨게임이 시작된다면 HMM의 상황을 마냥 낙관할수만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만약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그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MSC의 선복량이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MSC는 2022년 기준 세계 선복량 1위 선사인데 세계 선복량의 18.5%를 점유하고 있다. 2021년 기준 17.1%보다 1.4%포인트 늘어난 수치인데, 여전히 계속 늘어나고 있다.

MSC는 2022년 선복량 430만 TEU를 넘어섰다가 올해 5월 선복량 500만 TEU를 달성했고 올해 내로 600만 TEU를 돌파할 것이 사실상 확실해 보인다.

거기다 이는 단순히 MSC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글로벌 물동량이라는 나눠먹을 파이의 크기는 어느 정도 제한돼있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수많은 선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돼있다. 

상방이 제한돼있는 몰동량과 지나칠정도로 커지는 선복량 공급이 합쳐지면 컨테이너 운임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노후 선박 폐선률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물류대란 당시 많은 선사들이 노후 선박까지도 전부 동원해서 노를 저은 덕분에 수명이 이미 지난, 폐선이 됐어야 하는데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노후 선박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선박들은 곧 폐선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노후 선박들이 대부분 작은 배들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글로벌 선사들이 작은 배들을 폐선시키고 새로 초대형선을 발주하고 있는데, 만약 노후 선박 폐선 속도가 빨라져 전체 선복량 증가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초대형선 비율이 매우 높다’는 HMM의 장점을 희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국 HMM이 현대상선 시절과 비교해 선복량이 많이 늘어나고 초대형선도 많아지고 그밖에 환경규제와 관련된 대비 등 해운업계의 파도에 상당한 대비가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안심하고 있기엔 그리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라고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치킨게임이 반드시 또 벌어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HMM은 이미 그 힘들던 1차 치킨게임을 한 차례 버텨낸 저력이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HMM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치킨게임을 극복해 낸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만약 다시 치킨게임이 벌어졌을 때 이번 치킨게임에서도 같은 전략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다음 영상에서 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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