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량진 1구역 시공사로 GS건설이 선정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GS건설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노량진1구역이 시공사 선정절차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뒤 빠르게 전면 재시공 결단을 내렸는데 이번 수주전에서 위기 대응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8일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전날 동작구청에 시공사 선정절차를 위한 대의원회의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조합은 동작구의 답변을 받아 22~23일 무렵 대의원회의를 열고 그 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뒤 빠르게 전면 재시공 결단을 내렸는데 1조 원 규모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위기 대응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조합 관계자는 “일정에 조금씩 변동이 있겠지만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은 GS건설이 올해 도시정비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 사업장이다.
GS건설은 2021년 12월 같은 노량진뉴타운의 노량진3구역(1123세대)에서 발을 빼고 지난해 노량진1구역 수주에 온전히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량진1구역 수주전은 GS건설이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뒤 ‘자이’ 브랜드에 관한 시장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동 278-2번지 일대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바로 앞에 위치한 곳으로 재개발을 통해 3천 세대 규모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노량진뉴타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사업비가 1조 원이 넘는다. 다세대·다가구가 많아 일반분양 물량도 1200세대를 웃돈다. 그만큼 사업성이 좋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노량진뉴타운은 대형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가 총집결한 곳이다.
노량진4구역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3구역은 포스코이앤씨의 ‘오띠에르’, 8구역은 DL이앤씨의 ‘아크로’가 붙는다.
5구역은 대우건설 ‘써밋’, 2구역과 7구역에도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론칭한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을 단지 이름으로 정해뒀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6구역만 단지 이름이 미정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노량진뉴타운 수주전은 하이엔드 브랜드 없이는 발을 들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GS건설이 이런 노량진뉴타운 ‘대장’인 1구역에 자이 브랜드를 걸게 되면 정비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회복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노량진1구역은 GS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자이가 예전처럼 래미안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노량진1구역 수주전 성과는 임 부회장의 리더십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278-2번지 일대 노량진1 재정비촉진구역 모습. <연합뉴스> |
빠른 전면 재시공 결정과 자이 브랜드 회복에 ‘올인’한 판단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사고 뒤 강남 신축단지를 포함 여러 자이 아파트 단지 하자문제, 광주 상무센트럴자이 무단 설계변경 등 여러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자이 브랜드와 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으면서 임 부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GS건설은 7월 초 검단아파트 사고 정부 조사결과 발표 뒤 당일 바로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GS건설은 정부의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나온 뒤 처음에는 시공사로 책임을 인정하고 입주예정자 피해보상과 지원, 재발방지 조치 약속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가 2~3시간 남짓 사이에 전면 재시공 결정을 밝혔다.
GS건설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과감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뒤 전면 철거 뒤 재시공을 결정한 선례가 있기는 하지만 신속하고 대담하게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11일 사고 뒤 5월4일 정몽규 회장의 전면 재시공 발표까지 4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단지 1600세대 전면 재시공 결정과 발표과정에서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GS건설은 재시공 관련 비용 5500억 원도 모두 책임지기로 하면서 올해 2분기 손실반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보기도 했다.
임 부회장이 인천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 결정에 관해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임 부회장은 전면 재시공 결단 뒤에는 바로 도시정비 조합들에 사과공문을 보내 재발방지 각오를 밝히고 튼튼한 아파트를 짓겠다고 다짐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았다.
GS건설이 이미 수주한 사업장과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에 보낸 임 부회장 명의의 공문에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자이 브랜드가 조합원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임 부회장은 앞서 2013년 6월 해외사업 부실로 휘청이던 GS건설을 맡아 대표에 처음 올랐을 때도 대규모 손실 원인이었던 중동 건설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GS건설이 앞서 2017년 9월 서초 반포주공1·2·4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하루 앞두고 돌연 ‘클린수주’ 방침을 선언한 것도 임 부회장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당시 ‘도시정비사업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단돈 5천 원에 불과하더라도 사소한 식사나 선물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선언 뒤 GS건설은 강남권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조금 고전했지만 같은 해 10월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임 부회장은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의 시공사에 선정된 뒤 신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혼탁한 재건축시장에서 정도경영을 통해 수주한 첫 번째 사례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GS건설 사장이 된 뒤 가장 큰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부회장은 2013년부터 GS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대형건설사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다.
1962년생으로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 1991년 LG 회장실 변호사로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허창수 GS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GS그룹에 영입했다. GS그룹에서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GS건설 경영지원 총괄사장,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9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