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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 '스코프3' 측정 나서, 대형 제약바이오 친환경 가속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3-08-0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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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 '스코프3' 측정 나서, 대형 제약바이오 친환경 가속
▲ 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이 탄소 배출량의 가장 큰 범주인 '스코프3' 측정 방침을 구체화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탄소 중립(넷제로)을 완성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상세한 탄소 저감 계획을 수립하려면 먼저 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 매출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 산정 범위를 ‘스코프3(scope 3)’까지 대폭 확대하며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 등 3개 기업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이번에 스코프3 측정 방침이 새롭게 명시됐다.

탄소 배출량은 통상 스코프1, 스코프2, 스코프3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스코프1은 기업의 운송 수단이나 생산시설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를, 스코프2는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말한다. 스코프3은 회사 공급망과 가치사슬의 탄소 배출량을 아우른다.

3개 기업은 지금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스코프1과 스코프2 배출량만을 측정해 기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코프3까지 수치화해 관리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먼저 한미약품은 2040년 스코프1, 스코프2 분야의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에 더해 올해부터 스코프3 관리 및 검증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배출량을 산정하기로 했다.

HK이노엔은 하반기 스코프3 배출량 측정과 검증을 계획하고 있다. 측정된 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보다 구체적인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보령의 경우 스코프3 측정을 위한 조직과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이다.

이처럼 스코프3을 관리하기 위한 준비가 따로 필요한 까닭은 스코프1, 스코프2와 비교해 탄소 발생 범위와 규모가 훨씬 큰 항목이기 때문이다. 협력사 자재 구매, 제품 운송, 임직원 출퇴근 등 수많은 부분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가 스코프3에 포함된다.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대다수 기업에서 스코프3 배출량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봤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보령의 스코프3 측정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경영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순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보령 순이었다.

이 가운데 현재 스코프3을 측정해 발표하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탄소 배출량의 83%를 스코프3가 차지한다. 회사는 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협력사 및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공급망 탄소 저감 대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여기에 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이 더해지면서 제약바이오 매출 10위권 기업 중 스코프3 관리 방침을 명확히 한 기업은 4개로 늘었다.
 
한미약품 HK이노엔 보령 '스코프3' 측정 나서, 대형 제약바이오 친환경 가속
▲ 기존에 국내 제약바이오 매출 10위권 기업 중 스코프3를 측정해 보고하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파악한 스코프1(보라색), 스코프2(파란색), 스코프3(녹색) 규모 및 미래 저감 목표. <삼성바이오로직스>
다른 기업들은 아직 스코프3 측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대웅제약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스코프3을 따로 다루지 않았다. 

GC녹십자는 보고서에서 지주회사 GC와 GC녹십자, GC셀이 스코프3 산정 사업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스코프3 보고 범위 및 측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향후 보고 범위와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겠다고 기재했다.

스코프3을 비롯한 ESG경영 정보는 기업의 친환경 경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일뿐 아니라 기업 재무활동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재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탄소 가격(탄소를 배출하는 대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스코프3 배출량이 큰 기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는 2월 보고서에서 “탄소 가격이 상승하고 전력 사용량이 이전과 동일할 경우 공급업체는 이전보다 높은 탄소 배출량에 대한 벌금을 충당하기 위해 납품 비용을 높이게 되며 이는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며 “이같은 상황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는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ESG경영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정책방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정하는 IFRS재단의 산하 기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6월 스코프3 배출량을 의무공시사항으로 정하는 기준을 내놨다. 이는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시행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도 ESG 정보 공시 기준을 강화해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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