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경남은행 대규모 횡령 사고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7월19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BNK경남은행에서 무려 7년에 걸쳐 이뤄진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꾸준히 강조하며 방안 마련에도 분주했는데 지난해 우리은행에 이어 대규모 횡령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머쓱해지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의 원인으로 허술한 내부통제를 지목했지만 정작 금감원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잘못이지만 금융권 전반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금감원은 횡령 사고가 처음 발생한 2016년 이후로 경남은행을 대상으로 수차례 정기 및 수시검사를 진행했는데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보통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3~4년 주기로 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대해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경영실태평가 검사를 진행했고 이외에 수시검사도 다수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개선을 힘주어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제재나 처벌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시선도 나온다.
대규모 횡령 사고 등이 발생해도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 누구 하나 처벌받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조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도 지난해 우리은행 사고 이후 내부통제를 강조했는데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된 만큼 최고경영자까지 최대한 책임을 물어 제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서 최고경영자를 제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앞서 6월 내부통제 관련한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을 반영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배구조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인 만큼 앞서 우리은행 횡령 사고 때처럼 최고경영자 제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출입기자 간사단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횡령 사고의 관리·감독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이냐는 질문에 “누구한테 책임을 묻고 끝내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있다”며 “최고 금융기관 운영 책임자에게 바로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CEO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전례가 쌓이지 않은 데다 과연 모든 사고에 대해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권의 책임경영과 내부통제 개선을 특히 강조해 왔다.
▲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금융을 담당하던 직원이 500억 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시장경제질서와 금융권의 책임을 강조했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110대 국정과제에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 ‘금융권 자율성과 책임원칙 구현’ 등을 포함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런 기조에 맞춰 지난해 11월 전체 임직원의 0.8%를 준법감시부서 인력으로 확보하고 한 영업점에서 3년 이상 일하는 장기근무자는 50명 이상 둘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6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스스로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한 문서로 금융사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바탕으로 책임을 묻게 된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최고경영자는 내부통제 총괄의 의무를 갖게 되며 장기간·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시스템 실패’로 판단될 때 책임을 지게 된다.
지난해 5월 우리은행에서 직원이 614억 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린 사태가 발생하고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경남은행에서 부동산금융 담당 직원이 500억 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