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퇴진론은 근거 없는 ‘소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친명(친이재명)계가 친명 성향이자 부산·경남 지역에 기반을 갖춘 김 의원을 당 대표로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김두관 의원은 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 퇴진 및 김두관 후임 등판설’에 관해 “금시초문이고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의 후임으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한 정치평론가가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확산됐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가 당 대표 직을 유지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당도 죽고 진보진영이 다 무너진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 대표가) 추석 이후 10월에 퇴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40여 명의 의원들이 K 의원을 당대표로 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그 뒤 29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 K 의원이 김두관 의원임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퇴진론이 확산되려는 모습이 보이자 장 소장이 과거 보수정당 소속이었음을 언급하며 즉시 차단에 나섰다. 장 소장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장 소장의 ‘이 대표 10월 사퇴설’을 두고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며 “각자 상상력과 소설은 자유지만 남의 당을 소재로 해서 그런 소설 써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 본인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까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만큼 ‘이재명 사퇴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퇴설이 불거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가 최우선 과제인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거취를 표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최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8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 대표의 행보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쌍방울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질수록 윤석열 정부의 각종 악재에도 정체돼있는 민주당 지지율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갤럽조사에서 민주당이 20%대 지지율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며 “갑자기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8월 위기설까지 나오니 대표직 문제는 언제든지 카드로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후임 당 대표로 김두관 의원이 언급되는 이유로는 그가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를 사퇴하고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할 만큼 친명 성향인 데다 부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중량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꼽힌다.
김 의원은 남해군수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올랐다. 민주화 이후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우며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경남도지사에 세 차례 도전한 끝에 2010년 무소속 당선돼 2012년까지 도지사를 역임했고 현재 경남 양산 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김 의원도 자신이 당 대표로 거론된 이유에 관해 “호남과 수도권 승리만으로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당이 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당내에서) 제가 중도층에 소구력이 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부울경 쪽에선 저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친명계가 바라봤을 때 만일 이 대표가 사퇴해 당 대표가 행사할 공천권에 공백이 생긴다면 이 대표와 뜻을 잘 맞출 수 있는 당 대표 후보가 필요한데 김 의원이 이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김 의원은 2021년 민주당 20대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뒤 이재명 후보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며 뚜렷한 친명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와 자신이 다른 후보들보다 선명한 ‘친명’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당 대표 설에는 거리를 뒀지만 이 대표의 후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출마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총선 전에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 대표는 당원들이 부르지 않으면 잘 안 되는 만큼 당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내년 총선에서 부울경의 결과가 좋다면 내년 8월 전당대회 정도는 고민을 해 왔던 적은 있다”고 대답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