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백상엽 당시 대표를 포함해 임원 20여 명이 해임됐고 내부 사업구조도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전환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7월17일부터 2주 동안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6월 들어서는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넥스트챕터’라는 이·전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엑스엘게임즈는 희망퇴직자에게 3개월치 급여와 이직지원금 200만 원을 제공한다.
카카오노조는 구조조정 자체보다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영진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김범수 센터장이 미래먹거리로 인공지능(AI)을 점찍으며 사내독립기업이던 ‘AI Lab’을 분리해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출범하며 “메신저, 포털 등 사업을 영위하며 그동안 누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설립한 자회사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며 “앞으로 AI, 데이터 등을 실제 산업에 적용해 카카오의 비즈니스 외연을 넓히고 회사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매년 적자폭이 커지다 작년에는 140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백상엽 전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고문으로 위촉됐다. 카카오노조는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백 전 대표를 고문으로 앉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노조에 따르면 백 전 대표는 김 센터장의 지인이다.
오치문 카카오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전날 집회에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그 고통이 직원들에게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브라이언(김범수 센터장 영어이름)은 자격 없는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직원들을 내몰았기에 이 사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서승욱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장이 26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게 전달할 항의서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노조는 김 센터장의 답변이 없을 경우 8월 단체협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작년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는 완전히 물러났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모두 김 센터장이 의장으로 있을 당시 시작한 사업인 만큼 뿔난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김 센터장은 2021년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비판이 거세게 일자 2022년 1월 임직원들에게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카카오 경영진 교체 배경을 전하며 카카오에 대한 사회의 신뢰 회복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센터장이 당시 카카오 직원들에게 남긴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사회와 뉴리더십, 크루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긴장관계 속에서 미래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경영을 강화하고, 진정으로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뉴리더십과 논의해가겠습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