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투명폴리이미드(CPI)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폴리이미드 투자계획을 밝히자마자 SKC도 뒤따라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 코오롱·SKC, 투명폴리이미드 시장 놓고 경쟁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투명폴리이미드시장에 진출하면서 양산 투자 전부터 경쟁사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8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9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자 SKC는 400억 원을 투자해 2017년 하반기까지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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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
그러자 먼저 시장 진출을 선언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술격차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맞불을 놨다.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폴리이미드사업담당 상무는 10일 기업설명회에서 “코오롱은 10년 동안 연구해서 지금의 단계에 도달했다”며 “다른 회사도 이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현재 위협적인 경쟁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폴리이미드 상업생산에서 가장 앞서 있다. 세계 최초로 투명폴리이미드를 개발해 시험생산 설비를 확보하고 고객사의 접는 디스플레이 모듈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양산설비 증설을 발표했고 완공 후 후발기업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며 “국내외 경쟁사는 5~7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KC는 아직 투명폴리이미드 연구개발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은 단계다. 올해 말까지 샘플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하지만 SKC는 기존 PI 필름 생산라인을 활용해 코오롱보다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선 SKC 전략기획실장 상무는 8일 “기존 SKC코오롱PI의 생산시설을 활용하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절반 규모 투자로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투명폴리이미드를 구성하는 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폴리이미드 조성상 기존 설비 활용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반박했다. 강충석 상무는 “PI와 투명폴리이미드는 구성 물질이 달라 모든 설비가 달라져야 한다”며 “실험실에서 생산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이웅열, 아라미드사업 고전 반복 않겠다는 의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일 투명폴리이미드 생산시설 투자결정 설명회 때부터 공격적인 사업진출을 예고했다.
이진용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는 “세계 최초로 투명폴리이미드분야에 진출해 선점효과를 누려야 한다”며 “그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 설비투자 방식과 달리 공격적인 증설을 진행해 시장 선도 지위를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독 시장의 선점을 강조하는 것은 후발주자로 뛰어든 아라미드사업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웅열 회장이 공을 들였던 아라미드사업을 통해 시장선점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명폴리이미드시장을 주도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섬유 독자개발에 성공해 2005년 시장에 진출했지만 듀폰이 2009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성장에 제한을 받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듀폰에 3천억 원의 합의금을 내고 모든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코오롱은 소송 부담을 덜고 아라미드사업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계 아라미드시장의 80% 이상을 듀폰과 데이진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시장의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이진용 전무는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아라미드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소송으로 중단된 신규 거래선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공장 증설부지를 확보하고도 증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소송을 마무리하고 생산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당초 3천 톤 규모의 증설을 검토했으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치자 증설 투자를 미루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아라미드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연간 실적이 얼마나 나올지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라미드사업 성장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 SKC, 새 먹거리 찾기 위한 과감한 도전
SKC가 투명폴리이미드사업에 뛰어든 것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이완재 사장의 도전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올해 SKC 대표이사에 새로 취임했다. SKC는 이전까지 오너 일가인 최신원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던 곳인데 최 회장이 SK네트웍스로 옮기며 오너경영이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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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재 SKC 사장. |
이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E&S를 거친 전문경영인으로 SKC 출신이 아니면서 처음으로 SKC 대표 자리에 올랐다. SK그룹 차원에서 SKC의 체질개선을 맡기기 위해 이 사장을 보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올해 4월 SKC에어가스(현 SK에어가스)를 SK머티리얼즈에 매각했고 최근 SKC솔믹스의 태양광 사업을 철수할 계획을 밝히는 등 SKC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분기에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C는 2016년 이후 문어발식 사업포트폴리오 확장보다 본업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이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사업연관성이 없는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가 줄고 자회사가 다른 계열사로 매각되는 수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 사장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필름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새로이 눈돌린 것이 투명폴리이미드사업이다. 이 사장이 아직 연구개발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신성장동력 탑재가 급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이 사장의 도전에 물음표를 떼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종 상업생산까지 단계적 시간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단기간 상업생산 여부와 사업가치를 계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백 연구원은 “고부가 필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PET필름의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황에서 고부가 필름 개발은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