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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7-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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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 영국 런던 동부 템즈강변 도크랜드에 위치한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지역에 고층 빌딩들이 늘어선 모습. <카나리워프그룹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영국 런던 동부 템스강변에 자리잡은 도크랜드에는 세계적 금융기업의 이름을 단 빌딩들이 들어찬 지역이 있다.

런던 역사와 금융의 중심지 시티오브런던의 바통을 이어받은 카나리워프(Canary Wharf)다.

카나리워프에는 JP모건, 시티그룹,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 등을 포함해 30개가 넘는 금융그룹들의 본사 및 유럽본부가 있다. 매일 카나리워프로 출근하는 사람은 1만2천 명에 이른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지구 개발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카나리워프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카나리워프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꿈꾸는 여의도의 미래 모습일까?
 
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 영국 런던 동부 템즈강변 도크랜드에 위치한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지역은 수변개발 사례로도 유명하다. <카나리워프그룹 홈페이지>
23일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등을 살펴보면 국제디지털금융지구 조성 등 여의도 개발에 관한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동여의도 일대(11만586㎥)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용도지역을 상향해 용적률을 1천%까지 완화하면서 350m 이상 초고층빌딩 건설을 지원한다.

현재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333m, 최고 69층)보다 더 높은 마천루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여의도 개발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디지털금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런던 콘퍼런스: 스타트업 프롬 서울 행사에서 ‘디지털금융 중심지, 서울’을 주제로 여의도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오 시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서울이 디지털금융산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임을 강조하면서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에 들어설 해외 금융기업 지원과 인프라 계획 등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확정한 제6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에 서울 여의도를 핀테크·디지털금융 성지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방안 등을 담았다.

초고층 빌딩과 디지털금융은 런던의 새로운 금융중심지 카나리워프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카나리워프는 런던 구시가지의 전통적 금융가 ‘시티오브런던’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시티오브런던은 100년이 넘은 4~5층 건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카나리워프에는 40~50층 높이의 최신식 빌딩들이 줄이어 있다.

혁신 핀테크기업 스타트업들도 모여든다. 카나리워프에 있는 유럽 최대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전문기관 레벨39에는 세계 다양한 국가들의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레벨39는 HSBC, 바클레이즈 등 대형 금융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 협업 등도 지원한다.
 
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 본격적 개발이 진행되기 전인 1987년 영국 런던 동부 도크랜드지역 모습. <카나리워프그룹 홈페이지>
카나리워프는 1980년대 영국 정부 주도 아래 대규모 도시개발이 시행된 도크랜드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구역 ‘아일 오브 도그(개들의 섬)’ 중심지에 위치해있다.

아일 오브 도그는 템즈강 물결을 따라 흘러온 모래들이 쌓인 모래언덕 지역으로 한때 영국 국왕 헨리4세가 그의 사냥개들을 이 곳에서 사육하면서 개들의 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19세기 초까지는 런던을 드나드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던 곳이었는데 산업화와 대형 컨테이너선 등장에 따라 항구도시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지역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뒤 도크랜드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고 영국 정부는 1976년 도크랜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1981년 런던도크랜드개발법인(LDDC)를 설립해 건축규제 완화, 토지개발 등 과세 면제 혜택을 주면서 개발을 본격화했다.

LDDC는 현재 서울시 여의도 개발계획처럼 도크랜드를 4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을 추진하면서 아일 오브 도그 구역에는 공공투자와 민간투자를 유치해 카나리워프를 중심으로 업무용도 지역을 조성했다.

카나리워프의 핵심은 고층빌딩들이 늘어선 뱅크스트리트이지만 빌딩들 사이로 광장과 공원, 문화시설들도 위치해 있다. 

카나이워프 중심에 자리잡은 캐나다스퀘어파크에서는 여름철에는 음악과 스포츠, 연극분야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밖에도 대형 분수대와 헨리 무어, 린 채드윅 등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캐벗스퀘어, 작은 쇼핑몰이 있는 처칠 플레이스, 넓은 산책로가 있는 우드워프 등이 조성돼 있다.

카나리워프 외곽으로는 원파크드라이브, 랜드마크피나클 등 고층 주거단지도 조성돼 있다.
 
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 영국 런던 동부 템즈강변 도크랜드에 위치한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는 업무용도 빌딩 외에도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공원과 광장 등 여가문화공간이 조성됐다. <카나리워프그룹 홈페이지>
서울시가 여의도 개발에서 구상하고 있는 업무, 상업, 주거용도 등 도시기능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클러스터형 도시개발 사례를 볼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템즈강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 부두를 비롯해 3개의 지하철 노선으로 교통망을 구축해 도시의 기능을 강화한 점도 여의도를 한강, 용산과 연계 개발하겠다는 그림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설해 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이 어우러지는 도심문화공원으로 재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여의도 도심 국제금융지구와 연결되는 다목적 잔디광장, 문화 녹지광장도 만들어 카나리워프처럼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의 조화를 이루려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제 2007년 제33대 서울시장을 맡고 있던 시절 런던을 방문해 영국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주목받던 카나리워프를 둘러봤다. 오 시장은 당시 런던 방문에서 서울을 국제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며 런던의 금융정책과 도시, 교통분야 개발 성공사례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오 시장은 올해 3월에도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런던을 방문해 템즈강 수변개발 사례를 살폈다. 오 시장은 템즈강 수상버스에 직접 탑승해 본 뒤 “서울 잠실에서 여의도, 상암까지 20~30분이면 주파할 수 있겠다”며 “정류장도 10개 정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금융허브 꿈꾸는 여의도, 한국판 '런던 카나리워프' 될 수 있을까
▲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강변에 위치한 높이 387m ‘30 허드슨야드’ 빌딩 전망대 모습. <허드슨야드 홈페이지>
카나리워프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2000년대 후반 허드슨야드 조성 계획을 홍보할 때 성공사례로 제시한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는 맨해튼 미드타운 서쪽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철도기지창을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허드슨야드는 ‘도시 속 도시’를 목표로 업무, 휴식, 주거, 관광 등 다양한 용도의 초고층 빌딩 16개를 건설하고 있다.

벌집처럼 생긴 전망대 ‘베슬’과 뉴욕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보유한 ‘30 허드슨야드 빌딩’ 등은 이미 뉴욕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허드슨야드는 2025년 2단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여의도 개발 정비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여의도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 이지와 이에 수반하는 각종 규제완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런던 도크랜드, 뉴욕 허드슨야드 사례를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미래 금융중심 도시경쟁력 강화전략에서 여의도의 역할은 매우 클 수밖에 없고 여의도와 용산을 연계하는 개발축은 국지적 재정비 개발을 넘어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여의도 정비는 규제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시공간을 창출하는 사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개발사업”이라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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