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인공지능(AI)기술을 현장안전·품질관리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데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이어 최근 광주 화정아이파크,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 등 안전품질영역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사고가 반복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스마트건설기술과 시스템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DL이앤씨 직원들이 인공지능 바탕의 컴퓨터 비전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적용한 현장관리 솔루션으로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의 시공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 DL이앤씨 >
21일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를 살펴보면 롯데건설은 최근 ‘conGPT’ 상표를 출원했다. 롯데건설은 이번 상표출원에 산업안전 혁신 스타트업 두아즈와 손을 잡았다. 두아즈는 빅데이터와 안전점검을 융합한 서비스를 핵심 사업모델로 한다.
롯데건설 conGPT 상표권은 산업안전 관련 연구분석, 안전장치 성능검정업, 안전기술검사 서비스업, 안전에 관한 기술자문업, 건물의 구조작용 분석업, 건축설계에 관한 자문업, 데이터처리에 관한 기술자문서비스업 등 용도로 등록됐다.
생성형 인공지능(GPT)기술을 건설현장 안전·품질관리분야에 적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를 대표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내놓는 모든 종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인공지능기술의 약점으로 꼽힌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췄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각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생성 AI,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에서 자유로운 산업은 드물다”며 “생성형 인공지능은 서비스영역부터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막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건설산업에서도 챗GPT의 등장은 숙련된 작업자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안전사고 관리 등 부분에서 인공지능기술 적용 확대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올해 6월 창립27주년 기념식에서 “지금은 디지털기술이 모든 것을 초기화해 버린다는 ‘리셋 모먼트’의 시기”라며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이 기존 산업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런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업무방식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사업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으로 프리콘 단계에 인공지능 등 디지털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프리콘은 본격적 시공에 앞서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검토하는 작업을 말한다.
건설산업은 통상 각종 산업보고서와 통계자료 등에서 디지털전환이 가장 느린 산업군으로 평가된다.
다만 4차산업혁명 흐름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기술 도입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
conGPT 상표권을 출원한 롯데건설은 앞서 3월 인공지능 기술로 공사현장 흙막이 배면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추적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건설현장 근로자가 액션캠,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현장 영상을 찍어 시스템에 등록하면 균열정보에 관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롯데건설은 이 시스템으로 균열 진행 상태를 직접 줄자로 측정해 관리하던 기존 방식보다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균열 진행 상태를 데이터화해 위험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인공지능 바탕의 건설현장 위험성 평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인공지능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을 건설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DL이앤씨의 디비전은 인공지능 바탕의 컴퓨터 비전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건설현장 공정 현황 관리를 돕는 솔루션이다. DL이앤씨는 이스라엘의 세계적 인공지능 건설기술기업 컨스트루와 협력해 이 솔루션을 도입했다.
‘디비전’을 적용하면 설계단계에서 만든 배관위치와 실제 시공위치가 다르면 인공지능이 이를 판별해 알려준다. 이번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설계와 다른 시공을 잡아내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공사현장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건설업 맞춤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CCTV영상 분석시스템을 자체개발해 일부 현장에 시범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장 곳곳의 CCTV 영상을 원격으로 연결해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현장 위험요소를 감지한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제도 적용 요청에 따라 이런 인공지능 바탕의 현장 관리시스템을 전국 사업장에 확대·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밖에도 인공지능 기술은 정확한 예측을 통해 설계와 견적을 산정하거나 터널굴착 등 위험도가 높은 작업 등을 대체하는 등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줄 방안으로 기대받고 있다.
대표적 예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6월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공동주택 철근소요량 예측모델로 한국표준협회에서 ‘AI+’ 인증을 받았다. AI+는 한국표준협회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표준에 근거해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포스코이앤씨의 예측모델은 과거 시공한 공동주택의 타입별 철근사용량 빅데이터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으로 분석해 신규 건설에 소요되는 철근량을 산출해준다.
견적단계부터 철근사용량의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 안정적 철근 수급과 시공 품질 확보가 가능하다.
정부도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건설 현장에 도입되도록 규제 등 지원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올해 3월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국이 세계건설시장 4대 강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디지털전환과 고도의 기술혁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스마트건설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이를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