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됐고 미국의 이른 금리인상 가능성도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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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7원 떨어진 달러당 1095.4원으로 거래를 끝내 14개월 만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
원달러 환율은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7원 떨어진 달러당 1095.4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으로 2015년 5월22일(1090.1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03원으로 출발한 뒤 계속 하락했다. 장중 한때 1093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하면서 원화강세가 나타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파악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투자하기에 좋은 곳으로 인식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규모를 확대시켜 원화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10일 전날보다 0.86포인트(0.04%) 2044.64로 장을 마감하면서 9일에 이어 연중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9일 2080억 원, 10일 255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해 상승세를 주도했다.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원화가치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영향을 줬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원화는 강세를 나타낸다.
미국 노동부가 9일 발표한 생산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은 1분기보다 0.5% 하락했다. 시장에서 전망했던 0.3% 증가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수출부진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업종은 달러화 수익을 원화로 환산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낮을수록 이익도 줄어든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은 연간 4조2천억 원 감소한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환당국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여력도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8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