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시장의 전기차 충전 방식에 대해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현재 사용하는 CCS(통합충전시스템)에서 북미 시장에서 대세화하는 테슬라의 NACS(북미충전표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등 기술적 한계가 많아 장 사장으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6월20일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설치된 급속 충전기 가운데 테슬라의 급속 충전소 슈퍼차저의 비중은 현재 6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테슬라 전기차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만큼 현재 다른 완성차업체의 전기차는 이용할 수 없지만 2024년까지 모두 7500개 개방형 충전기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이 비중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리비안 등 미국 완성차 브랜드뿐 아니라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등 미국 시장에서 NACS 방식을 채택하는 완성차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완성차 브랜드인 스텔란티스와 유럽 최대 완성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등도 NACS 충전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 정부는 그동안 CCS 충전기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지만 CCS 의존도가 낮아지면 언제든지 정책을 바꿀 여지가 크다.
미국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도시바의 HD DVD가 소니의 블루레이 밀려난 것처럼 CCS도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켄터키주에선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 업체에 NACS 플러그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미국 전기차 충전 표준이 NACS로 점차 기울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충전 방식과 관련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재훈 사장은 최근 아이오닉5N 공개 행사 자리에서 테슬라 충전방식을 놓고 긍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장 사장은 13일(현지시각) 영국 웨스트서식스주 굿우드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테슬라 충전 방식 도입과 관련한 질문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맞다"며 "테슬라랑 같이 갔을 때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충전효율이 효과적으로 나오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 사장은 6월20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도 관련 질문에 “궁극적으로 고객 편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며 고객 편의를 앞세웠지만 테슬라 충전방식 도입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나간 것으로 읽힌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미국에서 CCS(통합 충전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테슬라 NACS 방식은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급속충전 방식으로 CCS와 플러그가 달라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급속충전소 시장에서 테슬라의 급속충전소 슈퍼차저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도 미국 충전 방식을 테슬라로 전환하는데 합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 역시 사실상 테슬라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졌다.
▲ 지역별 전기차 충전 표준 규격 플러그 모양 및 출력범위 관련 이미지. <한국자동차연구원>
장 사장은 미국 충전 패권이 테슬라로 기울어지면서 NACS와 호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충전 플러그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CCS와 NACS가 충전 플러그 모양이 다르지만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차저 ‘매직 독’ 어댑터를 사용하면 호환이 가능하다.
다만 현대차의 고속충전 기술은 800V 전압에서 가능한데 NACS의 충전방식 전압은 500V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현대차는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서 18분 안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800V 충전기를 사용할 때 가능한데 NACS를 이용할 때 오히려 충전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테슬라와 기술협력 등 이와 관련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
장 사장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궁극적으로 고객 편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현대차는 800V 초고속 충전설계가 돼 있는데 500V를 채택한 슈퍼차저를 활용하면 충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이밖에도 현대차가 북미 지역에서 테슬라 충전방식에 합류하는 과정에 충전 데이터 확보, 충전 안정성,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에서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대비책을 마련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