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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힘 싣는 4대 지주, 금융당국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내심 기대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7-17 15: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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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힘 싣는 4대 지주, 금융당국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내심 기대
▲ 4대 금융지주가 스타트업 지원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3년 5월 'KB스타터스' 출범식, 2022년 11월 신한 퓨쳐스랩 일본 개소식, 2023년 7월 우리금융 디노랩 4기 발대식, 2023년 6월 하나금융 애자일랩 14기 출범식. <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금리 시대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인데 동시에 금융당국의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를 향한 기대감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금융 지주는 유망 벤처업체를 발굴해 육성하는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의 ‘KB스타터스’, 신한금융의 ‘신한퓨처스랩’, 하나금융의 ‘애자일랩’, 우리금융의 ‘디노랩’ 등이 대표적이다.

각 프로그램은 매년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사무공간과 각종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금융지주는 점진적으로 선발 범위와 개수를 넓히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으로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은 12일 글로벌 유니콘기업을 목표로 지원할 KB스타터스 싱가포르 10개 업체를 선정해 발표했다.

KB스타터스 싱가포르는 국내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해외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출범 이후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지원업체도 지난해 4개에서 올해 10개로 확대됐다.

신한금융은 2016년 베트남, 2019년 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신한퓨처스랩 일본’을 출범하고 현재 선발된 10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 퓨처스랩 일본은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은 물론 일본 스타트업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4대 금융지주의 스타트업을 향한 지원은 이같은 대표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금융은 11일 SK텔레콤과 손잡고 서울 강남에 인공지능(AI)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위한 ‘AI랩 포 스타트업(AI LAB for startups)’ 사무실을 열었다.

하나금융은 이곳에서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인공지능산업을 이끌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개소식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디노랩 프로그램과 별개로 스타트업 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성장지원 투자기업’ 공모 신청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에 은행이 직접 투자하는 제도로 우리은행은 선발 중소기업 한 곳당 최대 10억 원을 직접 투자해 성장을 지원한다.

4대 금융지주는 KB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하나벤처스,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벤처투자전문 자회사를 통해서도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3월 계열사들이 힘을 모아 2500억 원 규모의 ‘KB글로벌 플랫폼2호 펀드’를 조성한 뒤 KB인베스트먼트에 운용을 맡기며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상생금융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만큼 스타트업 투자 확대 기조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투자 힘 싣는 4대 지주, 금융당국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내심 기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오른쪽 3번째)이 11일 서울 강남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 3번째) 등 'AI랩 포 스타트업'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금융>

1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한 KB금융과 우리금융, 신한은행의 주요 경영 화두에는 사회적 책임이 빠지지 않았다.

KB금융은 ‘사회적 역할 강화’를 △본원사업 경쟁력 △신성장 동력 △고객접점 경쟁력 △미래 인프라 등과 함께 중장기 핵심 경영전략 5가지 중 하나로 논의했다.

우리금융은 상생금융을 상반기 주요 성과로 꼽았고 신한은행은 처음부터 ‘고객 사회와 상생’을 주제로 잡고 회의를 진행했다.

하나금융도 6일 진행한 정례 분기회의에서 하반기 주요 과제로 △Biz(비즈) 전략 실행 △리스크 관리 △기업문화 혁신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를 넘어 신규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창업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금융사의 주요 상생금융 활동으로 평가된다.

각 회장이 참석한 주요 하반기 회의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스타트업 투자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는 셈이다.

금융지주가 최근 들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데는 향후 금융당국의 은산분리 완화 기대감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지주나 은행이 비금융 혁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이 보유할 수 있는 비금융사 지분을 현재 각각 5%와 15%에서 50% 가까이 늘려주겠다는 것인데 이르면 3분기 안으로 구체적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가 스타트업을 인수할 길이 열리면 기존에 육성하거나 지원했던 곳은 아무래도 성장성 등 장단점을 더 잘 아는 만큼 인수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는 창업 생태계 강화 등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아직 은산분리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이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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