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7-13 13: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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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샘의 새 대표집행임원에 김유진 IMM오프레이션즈 본부장(사진)이 오른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 내부에서도 경영 능력을 입증받은 젊은 여성 리더에 꼽히는데 그가 한샘에서도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가 한샘의 실적 부진을 끊어낼 해결책 찾기에 직접 나섰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경영인을 대표집행임원에 앉혀 이사회와 별개로 회사 업무를 맡겼지만 이 체제로는 불황에 빠진 가구업계에서 탈출구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을 새로 이끌게 된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은 그동안 부진에 빠졌던 여러 기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한 바 있다.
13일 한샘은 오후 3시경 이사회를 열고 김유진 본부장을 한샘의 새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한다.
김 본부장의 한샘 대표집행임원 선임은 IMMPE가 한샘의 방향타를 직접 맡겠다는 의미다.
IMMPE는 2021년 10월 롯데쇼핑 등과 손잡고 한샘을 인수한 뒤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기업을 감독하는 이사회와 별개로 업무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IMMPE는 여태껏 이사회는 내부 출신으로, 집행임원은 외부 출신으로 구성을 다르게 해 한샘을 운영해왔다.
한샘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실상 사내이사 역할을 하는 기타비상무이사는 모두 IMMPE 출신 인물이었다.
이해준 IMMPE 투자부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송인준 IMMPE 대표, 김정균 IMMPE 부사장, 유헌석 IMMPE 투자본부 전무이사 등이 나머지 기타비상무이사 3자리를 맡고 있다.
이들이 한샘의 주요 전략을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2022년 1월 한샘 대표집행임원으로 영입된 김진태 전 대표는 이 전략을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샘의 경영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전 대표는 애초 2025년 1월3일까지가 임기였지만 이를 1년 반이나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대표집행임원에 오른 인물이 바로 김유진 대표다. 그는 IMMPE 출신 인물인데 사실상 IMMPE가 이사회와 집행위원을 모두 IMMPE 사람으로 바꿔 실적 개선에 본격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유진 대표는 IMMPE 내부에서도 기업 경영을 잘 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맡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IMMPE가 2017년 4월 1882억 원을 들여 인수한 회사다. 이후 지분 추가 매입과 유상증자 등으로 투자 금액이 4200억 원가량으로 늘었다.
김 대표가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맡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는 적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회사 수장에 오른 뒤 약 반 년 만인 2022년 1분기에 분기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01억 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01억 원을 내며 ‘깜짝 실적’을 내는데 성공했고 흑자 기조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 할리스F&B(할리스커피 운영사) 대표이사를 맡을 때도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할리스F&B는 김 대표가 직접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기업이기도 했는데 본인이 직접 검토했던 회사인 만큼 다양한 전략으로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IMMPE는 2020년 9월 할리스F&B를 KG그룹에 1450억 원에 매각했는데 투자 7년 만에 약 2배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대표의 솜씨를 빼놓을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이력들을 살펴볼 때 결국 IMMPE가 한샘의 새 대표집행임원에 김유진 대표를 앉힌 이유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샘에서 해답을 찾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MMPE 관계자는 “한샘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던 중 대표집행임원을 교체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한샘의 반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한샘의 위기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다. 가구업계의 전방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부동산시장이 회복하지 않으면 실적을 반등할 만한 방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IMMPE가 직접 한샘의 경영을 도맡아도 한샘의 흐름을 단번에 바꿔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가구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한샘과 같은 가구기업은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면 가구업계도 호황이지만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가구업계도 손쓸 수단이 마땅치 않다.
부동산 거래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샘이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지점은 한샘에서 매출 비중이 제일 적었던 B2B부문이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B2B부문은 지난해 초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20%대를 차지했지만 꾸준히 성장해 매출 비중이 30%대까지 오르며 새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주요 수익원인 리하우스(옛 홈리모델링) 부문과 홈퍼니싱 부문 등이 여전히 매출 감소세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유진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3년7개월을 일한 뒤 2009년 9월 IMMPE로 이직해 투자운용역을 맡았다.
이후 IMMPE의 할리스F&B(할리스커피 운영사), 레진코믹스, 태림포장 인수를 주도하면서 인수합병 전문가로서 솜씨를 인정받았다.
IMMPE 내부적으로도 김 대표는 능력 있는 여성 리더군에 꼽힌다.
IMMPE는 2021년 12월 발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안내책자에서 사회분야와 관련한 활동으로 여성 리더 육성을 꼽으며 김유진 대표를 대표적인 리더 육성 사례로 언급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