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7-10 1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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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팝에 이어 K-신약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SK바이오팜과 한미약품이 미국에 선보인 신약들의 판매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각 기업의 실적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판매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심포니헬스 등에 따르면 6월 미국 의약품시장에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이름 세노바메이트)’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국내이름 롤론티스)’ 처방량이 각각 급증하고 있다.
엑스코프리 처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 증가했다. 작년 10월 출시된 롤베돈의 처방량은 6월 기준으로 5월보다 168.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대상 부분발작 치료제로 판매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5월부터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 출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2분기 동안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1분기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53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0%가량 늘었다.
엑스코프리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기존 치료제로 발작을 억누르기 어려웠던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인다는 특징 때문이다. 주요 경쟁 약물 ‘빔펫’의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제네릭)이 늘면서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완화됐다는 점도 엑스코프리 수요 증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뇌전증 환자들은 발작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SK바이오팜은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고 뇌전증 전문의에서 일반 신경전문의로 영업 대상을 넓히는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만간 SK바이오팜 실적에 볕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됐지만 4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프로테오반트 인수를 결정한 데 따른 자금 부담을 엑스코프리 판매 확대로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4분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7월 현재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은 6조5천억 원대에 근접하고 주가는 8만 원대로 회복됐다”며 “향후 프로테오반트 지분 인수효과로 연간 390억 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런 비용 변수를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의 매출 증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스펙트럼을 거쳐 '롤베돈' 미국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롤베돈 역시 한미약품의 실적을 높여줄 지렛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롤베돈은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암 환자에게 발생하는 중증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 체내 약효 지속기간을 늘려 기존보다 투약 횟수와 투약량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2021년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롤론티스를 출시한 뒤 미국에서는 파트너사 스펙트럼을 거쳐 롤베돈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롤베돈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스펙트럼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스펙트럼은 2022년 9월 미국에서 롤베돈 판매 허가가 나오기 전부터 마케팅 인력을 충원하는 등 신약 영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롤베돈 매출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130억 원, 올해 1분기 206억 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롤베돈 판매가 증가한다는 것은 한미약품이 가져갈 금액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한미약품은 롤베돈 판매 비율에 따른 로열티와 원료의약품 공급 수익을 얻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실적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과 롤베돈 등 제품 매출이 성장할 것이다”며 한미약품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4703억 원, 2047억 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29.5% 늘어나는 것이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