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의 상생경영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 회장도 사회공헌 부담이 커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은행권 제도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사회공헌활동 공시 제도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상생경영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줄 세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은행을 포함한 그룹 전반의 사회공헌활동을 이끄는 각 금융지주 회장의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전날 발표한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방안은 시중은행의 실질적 사회공헌활동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8월 중 사회공헌활동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은행별 2022년 사회공헌 실적을 공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다소 두루뭉술했던 사회공헌활동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비교공시 형태를 띠며 은행들이 민감해하는 줄 세우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지금도 은행연합회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매년 사회공헌활동 규모를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각 은행별 기준이 다르고 사회공헌 취지에 맞지 않는 항목이 포함된 경우도 있어 직접 비교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열린 금융위 금감원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위원장. <연합뉴스> |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상품 가운데 우수한 상생 금융상품을 선정해 상을 주는 포상 제도도 하반기에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포상 제도를 통해 상생 금융상품 출시를 향한 시중은행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겠다는 것인데 올해 상반기 시작된 제도인 만큼 시중은행의 관심 역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회공헌활동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금융당국이 새로운 제도를 통해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사회공헌활동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 공시제도 강화는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국내를 대표하는 4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그룹 전반의 경영을 이끌지만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경영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전날 은행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장이 아닌 금융지주 회장들을 모은 것도 은행장 이상의 의사결정권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확대 역시 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중요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은행이 사회공헌활동을 늘리려면 아무래도 비용적 측면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용인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주회장의 의지가 필요하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부 금융지주는 실제 회장 교체 이후 사회공헌활동 등 상생경영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바라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재해 기부금 등을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늘리는 모습을 보였고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상생금융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상생금융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6월29일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기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오른쪽)이 이복현 금감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는 1위부터 4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줄 세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 사례로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차이) 공시제도를 들 수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크게 나온 은행은 해명과 동시에 예대금리차 축소에 힘을 실었고 그 결과 4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서민금융 제외)는 제도 시행 첫 달인 지난해 7월 1.30%포인트에서 올해 5월 0.95%포인트로 줄었다.
4대 금융지주는 매년 순이익 규모에 따른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벌인다.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순위가 매년 명확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사회공헌활동에 뒤처지는 일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큰 압박일 수 있는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개선과제의 적극 이행’과 함께 ‘상생금융 관행 정착’을 콕 짚어 당부했다.
이 원장은 “상생금융 확대는 차주의 연체 및 부실예방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효과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고객기반을 넓혀 수익성 및 성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상생금융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