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ESPN 간판 해설위원들을 대거 해고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1월7일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NFL 경기를 중계하는 수지 콜버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디즈니가 스포츠방송 전문 계열사 ESPN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TV+' 스트리밍 플랫폼과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 활용할 킬러콘텐츠를 찾고 있는 애플이 ESPN을 인수하기 유력한 후보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4일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디즈니는 최근 NBA와 NFL 등에서 활동하는 ESPN의 간판 해설위원 20여 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ESPN은 해고를 알리는 공식 성명에서 “비용 절감 목적으로 해설위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앞으로 경영 효율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방송인력을 일괄적으로 해고하는 ESPN의 이례적인 결정은 모회사인 디즈니의 재무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는 최근 다수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구독자 수도 감소하면서 실적과 주가 방어를 위해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ESPN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각을 예고하는 신호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즈니 전문매체 인사이드더매직은 디즈니가 성장세를 되찾기 위해 ESPN을 매각해야만 할 필요가 있다며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애플을 지목했다.
애플이 디즈니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자체 콘텐츠와 지식재산(IP)이 부족한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와 모바일 플랫폼 등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디즈니와 같은 거대 콘텐츠기업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디즈니의 시가총액이 3일 종가 기준 1654억 달러(약 215조 원)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애플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 애플은 '비전프로'를 착용한 시청자가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더욱 몰입하게끔 돕는 기술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스포츠 중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이 ESPN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애플이 지난 6월5일 연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 깜짝 등장해 비전프로와 디즈니 콘텐츠 협력을 소개하는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모습을 유튜브에서 갈무리. <애플> |
그러나 ESPN만 매각이 추진된다면 애플이 충분히 이를 고려할 만한 여지가 있다. ESPN의 브랜드와 방송채널, 인프라 등은 미국 스포츠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계는 확실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유료 구독자를 붙잡아둘 수 있는 킬러콘텐츠 역할로 자리잡기 적합하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자체 플랫폼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를 10년 동안 독점적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중계권을 획득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경기 일부도 중계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차세대 핵심 플랫폼으로 선보인 '비전프로' 증강현실 기술을 스포츠 경기에 접목하는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는 점도 스포츠 콘텐츠 강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싣는다.
경기를 시청하는 이용자가 비전프로를 통해 경기를 보면 경기장의 라인이나 중요한 위치 등을 동시에 확인하면서 볼 수 있어 시청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비전프로 역시 뚜렷한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는 만큼 ESPN 인수를 통한 스포츠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애플 비전프로 공개 현장에는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등장해 앞으로 수 개월 동안 애플과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을 발표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밥 아이거가 2020년 디즈니 CEO에서 물러났다가 약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유가 ESPN 매각을 비롯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의 ESPN 인수 가능성은 충분히 타당한 선택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