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7-04 15: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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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가 연일 고속 주행하며 어느덧 주당 300달러 고지를 눈 앞에 뒀다.
미국 월가 증권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주가를 한참 웃돌면서 과열 논란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테슬라 주식의 직접 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 테슬라 주가가 최근 급상승하며 300달러를 눈 앞에 뒀으나 주가가 과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글로벌 투자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5월24일 182.90달러에 마감한 테슬라 주가는 5월25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전날 279.82달러까지 올랐다.
이로써 1달여 동안 총 52.99%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주가 상승 행진 초기에는 포드와의 협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포드는 글로벌 전기차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히며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표준(NACS)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NACS는 기존 경쟁자인 CCS(통합충전시스템)와 충전 표준 시장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포드가 테슬라 진영에 ‘투항’함으로써 테슬라가 충전 표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상승모멘텀이 충전 표준 독점 기대감에서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테슬라가 2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2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3% 가량 증가했다. 이에 전날 테슬라 주가는 6.90% 오른 채 마감했다. 이번 상승 행진 동안 가장 큰 일일 오름 폭이다.
국내 증시에서 에코프로가 영향을 받아 전날 20.42%나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가 3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GI증권의 제니퍼 량 연구원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335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증권사의 테슬라 목표주가 전망치 평균은 오히려 현재 주가 대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데이터 업체 팁랭크스에 따르면 월가 31곳 증권사의 테슬라 목표주가 전망치 평균은 현재 219.96달러다. 현재 수준에서 주가가 약 21.39% 떨어져야 정상이라는 뜻이다.
미국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테슬라 판매량의 지속 불가능성’이 지목되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데 이를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연구원은 최근 CNBC와 인터뷰서 “테슬라가 신제품 출시 없이 가격 밀어붙이기만으로 수요를 끌어 올리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신제품 경쟁력이 아닌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가격을 계속 더 깎아야만 하는 출혈 경쟁으로 내몰려 중장기적으로 이윤이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한편 최근 상승 행진의 방아쇠 역할을 한 충전 표준 독점 기대감도 큰 호재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코나기 연구원은 “이미 테슬라 충전소의 미국 내 점유율이 80%에 이른다”며 “설령 NACS가 시장 독점자 지위에 오른다해도 나머지 20%의 시장 지분을 차지한다 해서 수익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PER과 EPS 등 지표로 보면 테슬라 주식은 실적대비 주가가 애플보다 고평가돼있다.
테슬라가 지난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벌어들인 매출도 6억 달러 수준으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테슬라의 이익성 개선에 대한 긍정 전망도 없진 않다. 에마누엘 로즈너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테슬라의 이익성은 결국 개선될 것이다”며 긍정적 전망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다만 로즈너 연구원이 제시한 목표주가도 270달러 수준으로 현재 주가보다 약 3.51% 낮은 수준이어서 테슬라 주가는 당분간 과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테슬라 주식의 PER(주가수익률)은 76.99배로 마이크로소프트(36.42), 애플(32.93), 알파벳(26.94)보다 높다. 반면 테슬라 주식의 EPS(주당순이익)는 3.75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9.26), 애플(5.91), 알파벳(4.52)보다 낮다. 테슬라 주가가 그만큼 실적에 비해 고평가돼있다는 뜻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판매 실적은 긍정적이나 적절한 이익성이 동반돼야 한다"며 "19일(현지시각) 발표되는 2분기 재무실적의 자동차부문 매출총이익률이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