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은 단단해진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은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미 전력인프라 사업 호조로 다진 이익체력이 향후 해외시장 확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 LS일렉트릭 >
29일 증권업계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인프라 재구축 계획에 따라 LS일렉트릭의 관련사업이 호조를 보여 투자금 확보에도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2021년에 인트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후 10년 동안 1조2천억 달러(약 1558조 원)를 투자해 전력망을 비롯한 사회적 생산기반을 재구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서 전력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북미에 진출한 LS일렉트릭도 수혜를 봤다.
LS일렉트릭은 미국에서 2022년 11월에 1746억 규모의 배전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잔고를 빠르게 늘려갔다. LS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2022년 1분기 1조5383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3798억 원으로 54.6% 급증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잔고 2조4천억 원가량 가운데 1조7천억 원이 전력인프라 부문”이라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반도체 공장과 배터리 공장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수주 호조에 힘입어 전력인프라 부문의 흑자기조를 안착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인프라 부문은 2020년까지 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그 뒤 2021년과 2022년 잇달아 90억 원과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전력인프라 부문은 올해 1분기에 17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시작으로 안정적 흑자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력인프라 부문은 올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분기 흑자기조를 이어가 올해 5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LS일렉트릭 전체 영업이익 2780억 원 가운데 약 20%에 해당한다.
이동헌 연구원은 “전력인프라 외형확대와 수익성 급증으로 오랜 박스권 실적에서 벗어났다”며 “안정성이 중요한 사업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올라간 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변전소 이미지. 전력 발전소와 전력 수요처 사이에서 전기를 적절히 조정해 송전과 배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 LS일렉트릭 >
흑자기조에 안착한 전력인프라 실적은 LS일렉트릭의 이익체력을 높여 투자금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일렉트릭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2분기 1751억 원이나 줄어든 뒤 4분기까지 감소 추세가 이어졌지만 이익이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에 다시 520억 원 증가해 회복조짐을 나타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견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S일렉트릭은 4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1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공모주관회사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LS일렉트릭은 견조한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업확장을 위한 영업확대로 순차입금은 증가했으나 LS일렉트릭의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단기차입금 규모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의 이익체력과 재무안정성이 좋아지면서 구자균 회장의 해외시장 공략에도 힘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2020년에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당시 전체 매출의 40%에 머문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LS일렉트릭은 이런 구 회장의 목표에 따라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해에는 북미에 대규모 생산거점(전력인프라 사업)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에 먼저 기술센터를 세우고 2024년에 생산거점을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은 기술센터가 가동된 뒤 생산거점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LS일렉트릭은 올해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현지 제조업체 ‘ANT’와 합작법인(JV)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LS일렉트릭은 합작법인을 거점 삼아 동유럽과 중동 등으로도 해외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은 2022년 부진했던 전력인프라 부문에서 증가한 수주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미국 반도체 및 배터리 프로젝트 관련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미지역 배터리 물량 증가 및 글로벌 전력망 수요 확대에 따라 LS일렉트릭의 해외 사업 매출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