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일(28일)부터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滿) 나이’로 일괄적으로 통일하는 내용의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 개정법률)’이 시행된다.

그러나 법 시행 뒤에도 술과 담배를 구매하는 연령과 병역의무 의행 기준 연령은 현행 ‘연(年) 나이’가 유지된다. 보험 계약과 관련해선 ‘보험 나이’를 따로 두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만 나이를 시행하더라도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 연령이 현행과 같이 유지됨에 따라 술·담배 구매 가능 연령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자로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정의한다. ‘연 나이’로 ‘19세 미만’인 자를 청소년으로 규정한 것이다.

청소년 연령 기준은 대학생, 근로청소년과 같이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는 사람의 자유로운 사회, 교육 활동을 위해 2001년 마련됐다. 연령 기준이 마련된 2001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2004년생부터 술과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박난숙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만 나이 통일법 시행에 따른 만 나이 사용 문화 정착과 함께 청소년 보호법상 예외 규정에 따른 현장의 혼선이 없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병역 기준 나이도 ‘연 나이’가 유지된다.

26일 병무청에 따르면 정부는 '병역법'이 정한 병역의무 시행 시기 등에 만 나이를 적용하면 병역 의무자 개인마다 이행 가능 일자가 바뀌면서 병역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판단했다.

만 나이를 적용하며 병역 의무자마다 매일 따로 입영 통지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병무청의 업무 부담 증가 및 비효율 행정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정부는 만 나이 적용시 병력을 적절한 시기에 충원하는 것이 곤란해질 것이라 예상해 병역법에서는 현행 ‘연 나이’를 기준으로 두기로 했다.

현행 병역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병역의무 이행 시기를 연령으로 표기할 때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행정기본법 및 민법 개정법률이 시행된 뒤에도 병역판정검사, 현역병 입영일자 선택, 국외여행 허가, 병역의무일 연기 등에는 계속 ‘연 나이’가 사용된다.

병역 의무자의 끊김 없는 학업을 보장하기 위한 재학생 입영 연기도 ‘연 나이’가 유지된다. 2년제 대학 재학생은 22세, 4년제 대학은 24세가 된 해의 12월31일까지 각각 입영 연기가 가능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재 병역의무자의 휴·복학, 휴·복직 등을 고려해 병역판정검사, 현역병 입영일자를 본인이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있다”며 “만 나이를 적용하면 출생일에 따른 선택 제한으로 의무자 사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카드 등 금융 거래에는 이미 ‘만 나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보험 계약에선 ‘보험 나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험 나이는 보험 계약 당시 실제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의 끝수는 버리고 6개월 이상의 끝수는 1년으로 추가해 계산하는 개념으로 매년 보험계약일 기준으로 1살씩 나이를 더 먹는 방식을 사용한다.

보험 나이는 생명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의 보험료 계산, 가입이 가능한지 판단하기 위한 나이 계산, 보험 만기시점 산출 등에 사용된다.

다만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한 상법처럼 관련 법규에서 나이를 특정하거나 자동차보험과 같이 개별약관에서 나이를 따로 정하는 보험에서는 보험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번 법 시행에 따라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 법령, 계약, 공문 등에 적힌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 됐다.

'만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고 생일이 지났다면 그대로, 생일이 안 지났다면 1년을 더 빼 계산한다.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계산 시점에서 생일이 지났다면 1살이 줄고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최대 2살이 줄어든다.

1974년생, 1984년생, 1994년생은 생일이 지난 사람 기준으로도 각각 50세, 40세, 30세에서 49세, 39세, 29세로 앞자리가 바뀐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1973년생, 1983년생, 1993년 생 또한 51세, 41세, 31세에서 2살이 줄어 각각 49세, 39세, 29세가 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