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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배터리소재 사업다각화 속도, 최수안 '탈중국'도 한걸음 더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6-23 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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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양극재업체 엘앤에프가 음극재 사업에도 뛰어들며 2차전지 소재 사업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 전략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2차전지 시장의 ‘탈중국’ 기조에도 기민한 대응체계를 갖춤으로써 북미 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 배터리소재 사업다각화 속도, 최수안 '탈중국'도 한걸음 더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계획 단계였던 소재 밸류체인 확장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며 공급망 취약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사업 다변화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23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엘앤에프가 음극재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급망 역량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앤에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협력해 음극재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은 일본 대형 화학회사로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음극재, 전해액 등을 만들고 있다. 

미씨비시케미컬그룹이 독자 개발한 새로운 음극재 기술은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주는 팽창을 억제해 천연흑연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짧은 라이프사이클(충방전 수명)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앤에프 측은 미쓰비시의 음극재 기술이 가격 경쟁력을 지닌 천연흑연을 기반으로 인조흑연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효율도 함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표 이후 완성차제조사와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엘앤에프가 확보한 기술력과 공정(Processing)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엘앤에프는 LS그룹 함께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엘에스-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가칭)'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올해 안에 전북 새만금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전구체 공장 착공을 시작하고 2025~2026년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엘앤에프와 LS그룹은 전구체 제조·판매는 물론 황산니켈과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2차전기 양극재 사업에 관한 포괄적 사업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엘앤에프로서는 LS그룹과 협력을 통해 황산니켈→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엘앤에프는 양극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40~5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이 때문에 양극재기업들은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셀 제조사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다. 

엘앤에프는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셀 제조사는 물론 테슬라에도 제품을 공급할 만큼 양극재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 비중이 높아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강점을 지닌다. 다만 니켈 비중이 늘어나면 배터리 성능은 향상되지만 안정성이 줄어드는 만큼 하이니켈 양극재 제조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다만 엘앤에프는 그동안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양극재 분야의 공급망 역량이 약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국내 주요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등이 그룹 차원에서 광물과 전구체 등을 확보할 능력을 보유한 데 반해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광물과 중간소재 확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최수안 부회장도 경쟁사들보다 취약한 공급망 역량에 관한 문제의식을 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는 올해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공급망 역량 강화와 관련한 질의에 “리튬·전구체사업 등 자원 순환체계(Closed Loop) 구축이 순항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4월에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조달도 진행했다. 공급망 강화를 위한 실탄까지 두둑이 마련한 셈이다.   

배터리소재업계에서는 엘앤에프가 전구체 확보 능력을 강화하며 양극재 공급망을 한 단계 강화한 것은 물론 음극재 사업 진출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엘앤에프 배터리소재 사업다각화 속도, 최수안 '탈중국'도 한걸음 더
▲ 양극재를 구성하는 주요 화학성분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시장에서는 애초 엘앤에프가 양극재 범주 안에 있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나 단결정 양극재 등으로 제품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엘앤에프는 한 발 더 나아가 음극재라는 새 영역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성장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최수안 부회장은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며 배터리소재 밸류체인상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비용의 70%를 차지하는 중간소재이지만 중국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도 중국기업과 합작하는 형태로 전구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엘앤에프는 LS그룹과 전구체에서 협력하기로 한 만큼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하며 전구체 내재화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역시 중국기업의 장악력이 압도적인 음극재에서도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협력하기로 하며 중국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을 펼칠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중국기업들의 배터리 광물·소재 시장 영향력이 막강한 탓에 미국정부가 ‘탈중국 정책기조’를 강경하게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지정학적 대립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의존도는 언제든지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수안 부회장이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함께 낮추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엘앤에프의 사업 안정성을 높일뿐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북미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원료와 소재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면서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구체 내재화율 15%를 목표로 하는 등 원료 공급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고객사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부회장은 카이스트 화학공학 박사를 거쳐 킴벌리클라크, LG화학 등에서 일했던 배터리사업 전문가다. 

최 부회장은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엘앤에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앞서 2016년에도 엘앤에프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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