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정완규 여신전문협회장, 김용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
[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금융사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 등과 같은 내부통제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사전에 작성한 ‘책무구조도’에 따라 담당 임원에 책임을 묻게 된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총괄의 의무를 부여해 장기간·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시스템 실패’로 판단될 때 책임을 지도록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응해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추진되어 온 국정과제로 지난해 8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학계, 법조계 등의 전문가들과 금융회사들의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먼저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기재해두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책무구조도 대상은 이사, 감사, 업무집행책임자 등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임원으로 소위 ‘C-레벨’ 임원이다. 대형 시중은행 기준으로 최고경영자(CE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등 20~30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사내 정보 접근성이나 업무시간 등의 제약을 고려해 책무구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CEO)가 작성한다. 대표이사는 책무의 중복·공백·누락 등 작성 미흡, 실제 권한 행사자와 책무구조도상 임원의 불일치 등 거짓작성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금융당국에 제출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의 핵심은 임원제재에 있다기보다는 임원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며 “책무구조도는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던 규제 방식으로 한국 내부통제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나 대규모 직원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CEO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불명확했는데 새 제도가 도입되면 책임소재가 명확해지는 만큼 제재 근거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도 명확해진다.
이사회 심의 및 의결 대상에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정책 수립과 집행에 관한 사항이 포함됐고 이사회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책무구조도 적용 대상이 수행하는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반영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금융지주에 우선 적용한 뒤 대형 금융투자회사·보험회사, 중소형 금융회사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김주현 위원장은 “내부통제 제도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 변화가 아니라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도개선 취지를 감안해 ‘정직한 영업’에 대한 최고경영진 의지를 직원들이 공감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펀드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횡령 사태 등을 현장에서 검사하면서 그 원인의 대부분이 내부통제 문제임을 확인했다”며 “경영진들이 자신의 책무로 인식하지 않았고 점검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EO와 임원의 책임이 명확해지는 만큼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