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현지시각으로 20일 짐 팔리 포드 CEO와 마리 바라 GM CEO를 만나 전기차 생산공정에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을 요구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월22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포드 캐피탈 마켓 데이’에 참석한 짐 팔리 포드 CEO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중국특별위원회에 소속된 양당 하원의원들이 포드 및 GM 경영진과 만나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가 우회적 경로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및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4명은 현지시각으로 20일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짐 팔리 포드 CEO 및 메리 바라 GM 회장과 회담을 진행한다.
디트로이트를 방문하는 의원은 마이크 갤러거와 존 몰레나르 공화당 의원 및 민주당 소속 라자 크리슈나무티와 해일리 스티븐스로 모두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중국특별위원회는 테슬라가 4월 중국 상하이에 ‘메가팩’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당시 테슬라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는 등 미국 정치권 내 반중국 여론 형성에 앞장서 왔다.
짐 팔리와 메리 바라 역시 포드 및 GM의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중국 공급망에 의존을 두고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특히 “의원들이 포드와 CATL 사이 파트너십을 포함해 미국 전기차 생산 업체들의 높은 중국 의존도에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가 2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과 협력해 미시건주에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중국 공급망 견제가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CATL이 해당 공장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포드가 배터리 생산에 CATL의 기술을 활용하며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CATL이 중국 정치권에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이며 중국 정부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문제삼을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디트로이트를 방문하는 의원들이 포드와 CATL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계속해서 압력을 넣을 것으로 전망하며 CATL의 미국 진출이 계속해 난항을 겪을 것을 시사했다.
CATL과 포드의 협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전기차 산업을 위협하는 '트로이 목마'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마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포드는 의원들의 방문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포드는 미국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국 내 공급망 강화라는 중국특별위원회의 목표를 함께 한다”며 “의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GM 또한 공식 성명을 통해 “사업 전반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미국 국회의원들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만남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포드를 비롯한 일부 미국 자동차기업은 전기차 가격 경쟁에 대응해 중국산 배터리 채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CATL 등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적용하면 전기차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압박이 커진다면 주요 자동차기업들이 결국 한국 배터리 3사와 협력에 더 힘을 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는 모두 미국 자동차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 합작 생산공장을 건설하며 주요 협력사로 입지를 키우고 있다.
CATL 등 중국 경쟁사의 미국 진출이 한국 기업에 잠재적 위협 요소로 꼽혔는데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될수록 이러한 리스크를 벗어날 수 있다.
포드와 GM이 의회 의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의 배터리 3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 회동에서 적극적으로 앞세울 공산도 크다.
미국 의원들이 디트로이트 순방에서 경영진과 회동을 앞둔 기업에는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와 보그워너, 타이어 생산기업 콘티넨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