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경영자의 취미는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 이를테면 ‘취미의 경제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일수록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도 높을 수 있다.
|
|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다.
테슬라모터스는 9월 문을 여는 신세계그룹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에 둥지를 틀고 고객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국내 진출은 지난해 12월 국내법인 등록을 마치고 직원 채용공고를 내면서 업계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업계의 애플’로 불려왔다. 앨런 머스크 CEO의 스타성뿐 아니라 자동차업계에서 혁신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국내 진출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첫 매장을 어디에 낼지도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는 서울 강남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첫 매장은 스타필드하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롯데자산개발도 서울 잠실롯데월드몰에 테슬라 매장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드하남은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 인근에 들어서는 신세계그룹의 대형복합쇼핑몰이다. 1조 원이 투자된 신세계그룹의 올해 최대 사업이기도 하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낙장불입’이란 고스톱용어까지 써가며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스타필드하남에 매장을 여는 것은 정 부회장의 테슬라에 대한 관심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테슬라가 공식 수입되기도 전인 2014년에 전기차 ‘모델S’를 직접 들여와 국내 첫 고객이 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재계 3세 경영자들 가운데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지닌 소비자)'이자 '트랜드세터(시대의 풍조나 유행 등을 이끄는 사람)'로 널리 알려졌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평소 쏟았던 첨단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테슬라의 스타필드하남 입점이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신세계그룹은 소비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정 부회장이 재계 오너 경영인으로 보기 드물게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유행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업적으로 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이 지분 참여를 통해 운영하는 스타벅스의 경우도 이런 예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 해외 출장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소비자로서 접하고 국내 진출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도 정 부회장이 수제맥주 애호가인 데서 사업적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전기차의 국내 진출이 자동차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전기차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수요가 빠르게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의 쏘울EV, 레이EV, SM3Z.E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기차는 모두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감소했다.
전기차 보급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정 부회장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인프라 구축에서도 일단을 엿보게 한다.
|
|
|
▲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 |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는 2014년 BMW 코리아, 포스코 ICT와 민간 부문 전기차 충전사업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현재 전국 점포 100여 곳으로 충전소 설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이마트가 전기차 충전소를 통해 직접적 수익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미미한 수준이고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도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4월 전국 일부 충전시설에 유료화를 도입했다.
이마트는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을 하는 2~3시간 동안 쇼핑객의 유입을 기대하는 정도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이 늘고 충전요금도 현실화할 경우 전기차 충전시장이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테슬라 매장 유치는 당장 스타필드하남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사업적 기회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카드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