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의회가 최근 인공지능(AI) 규제 초안을 통과시킨 것은 미국 견제 때문이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9일 “유럽이 AI 규제를 서두르는 이유는 미국보다 유럽이 AI기술에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며 “오래 전 닷컴버블 붕괴 원인도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판결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규제 향방은 주식시장 AI종목들에도 중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럽의회가 최근 인공지능(AI) 규제 초안을 통과시킨 것은 미국 견제 때문이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회는 14일(현지시각)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EU AI Act’ 초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컨텐츠에 ‘AI생산 여부’ 의무표기 △AI훈련 사용 데이터출처 표기 의무화 △종교나 인종, 성별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휴먼스코어링 금지 △공공장소 내 원격 생체인식 △행정적 범죄예측 금지 등이다.
이번 규제는 유럽이 AI 시장에서 기술우위를 지닌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됐다.
박 연구원은 “규제가 과도하면 유럽 업체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에 AI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할 우려가 더 높다”며 “이번 AI Act는 선제적 입법으로 절대로 미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고 바라봤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로는 미국은 AI 규제에 소극적인 가운데 유럽 AI Act는 생성형 AI의 원데이터 원작자가 저작권을 주장하고 결과물에 대한 수익분배도 요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챗지피티(ChatGPT) 등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될 수 있는 유럽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미국에서는 최근 면책조항에 AI를 예외로 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AI를 리딩하고 있어 규제안 마력에 소극적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 같은 규제는 이제 싹트기 시작한 AI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세심히 살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2000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에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분할을 명령했고 한 달 뒤 5월부터 닷컴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됐다”며 “정부규제는 없던 시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언제든 거꾸로 파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AI Act에 합의하는 데는 몇 개월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AI에 대한 당국 정책방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올해 초부터 타올랐던 주식시장 AI 모멘텀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