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확장현실기기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SK텔레콤이 추진하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확장현실기기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메타버스 사업의 수익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확장현실 기기 시장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사업 수익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SK텔레콤 > |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메타의 확장현실 기기 공개와 출시에 따라 확장현실 기기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비전프로가 출시되고 메타의 퀘스트3 판매 확대가 이뤄지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확장현실 기기 시장은 연평균 44.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버스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확장현실 기기가 필요하다. 확장현실 기기의 보급이 메타버스 시장 확대의 첫걸음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IT전문지 PC게이머는 “최근 애플은 비전프로를 공개했고 메타는 퀘스트3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며 “메타버스를 향한 기대는 이런 하드웨어에 달려 있으며 메타버스가 부각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가상 플랫폼 기준) 규모는 2021년 209억 달러(약 27조 원)인데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3.2%의 빠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되면 SK텔레콤의 미래사업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 경제시스템을 포함해 수익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SK텔레콤은 이프랜드에 자체 인앱결제 도입을 추진한다.
인앱결제는 애플리케이션 내 유료 결제가 이뤄질 때 운영업체가 개발한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구글과 애플 등이 자체 플랫폼에서 인앱결제를 통해 수수료로 개별 콘텐츠업체로부터 매출의 30%가량을 챙기고 있다.
인앱결제 도입뿐 아니라 이프랜드 캐릭터 꾸미기 아이템, 노래방 이용권, 강연 및 공연 등 유료 콘텐츠도 함께 선보인다.
이에 더해 이프랜드에 대체불가토큰(NFT)을 유통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이용자에게 NFT를 직접 판매하거나 콘텐츠 이용 수수료를 NFT로 징수할 수 있어 NFT 유통도 이프랜드 수익화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2021년 7월 출시한 이프랜드는 올해 1분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00만 명을 넘었으며 해외 49개국 진출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수익모델이 구축되지 않았다.
유 사장은 확장현실 기기 보급 확대로 메타버스 사업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고 이프랜드의 수익화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 SK텔레콤 > |
SK텔레콤은 2021년 11월 일부 비통신 사업이 SK스퀘어로 분할돼 나가면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유 사장은 기존 통신사업과 구별되는 신사업으로 아이버스(AIVERSE) 사업을 내세우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아이버스는 인공지능(AI)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
아이버스 사업에는 메타버스(이프랜드) 사업을 비롯해 구독서비스(T우주)와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에이닷) 등이 포함돼 있다.
김지형 SK텔레콤 통합마케팅전략담당은 2022년 5월 콘퍼런스 콜에서 “2021년 아이버스 사업 매출은 2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2025년까지 2조 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아이버스 사업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T우주를 비롯한 구독서비스의 총상품판매액(GMV)이 지난해 1분기 225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11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아이버스 사업의 다른 두 축인 이프랜드와 에이닷은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아이버스 사업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출원 다각화가 절실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SK텔레콤이 계획대로 3분기부터 이프랜드를 수익화하면 아이버스 사업의 매출 목표 달성에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프랜드를 수익사업화해도 주요 매출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블룸버그는 “아직 메타버스는 초기 단계”라며 “킬러 콘텐츠(앱)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킬러 콘텐츠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새 수요를 유도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는 이프랜드도 안고 있는 문제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내부 콘텐츠로 라이브 연극, 노래방, 뮤직쇼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프랜드만의 뚜렷한 차별점으로 보긴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전문가이자 벤처기업 투자자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 시대가 이미 왔다거나 곧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단기간에 지나친 투자를 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프랜드를 비롯한 아이버스 사업은 미래성장 사업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