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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쟁력포럼] 기후 스튜어드십 힘들지만 가야 할 길, "한 걸음이라도 떼자"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6-14 16: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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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쟁력포럼] 기후 스튜어드십 힘들지만 가야 할 길, "한 걸음이라도 떼자"
▲ 비즈니스포스트와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13일 진행한 '2023 기후경쟁력포럼'의 패널토론에서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을 촉진하기 위해 ‘기후 스튜어드십’을 통한 자본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후 스튜어드십 즉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실제 기업의 변화로 본격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가야할 길인 만큼 한 걸음이라도 떼야 한다는 데 각계각층의 뜻이 모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회ESG(환경·사회·지배구조)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2023 기후경쟁력포럼’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13일 진행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점이 이날 논의에서 주요 전제로 언급됐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들은 현실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을 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패널토론에서 “상당수 대기업은 이미 기후변화나 금융기관들의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며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는 기후변화 대응이 비용이고 규제이며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책임이라는 무거운 단어에서 기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우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더욱 활발한 논의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거대한 변화를 책임만 갖고, 부담만 갖고 하라는 것으로는 행동이 촉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이를 유도하는 자본의 흐름, 즉 투자자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연기금은 그 자체만으로 자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업과 자본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연기금이 바뀌게 되면 기업과 자산운용사의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연기금 같은 대형 투자자본에게 기후변화 대응은 스스로의 수익성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개인은 주식을 판매하면 끝이지만 기관투자자는 임의로 투자할 수 없는 수동적 투자자”라며 “사회 전체 리스크가 곧 기관 투자자의 리스크이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손실로 이어져 기관투자자에 돈을 맡긴 국민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은행을 비롯해 보험 등 다양한 업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한국대표는 “자산 규모를 보면 국내 은행권 전체는 4천조 원에 가깝다”며 “보험도 1200조 원에 이를 정도인 만큼 보험권의 동참은 녹색금융 확산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 대한민국 녹색금융목표(GFG)’를 수립해 ESG분야 자금지원 규모의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한국의 시장 구조나 제도적 측면에서도 고쳐 나가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도 진단됐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주주제안이 상법과 정관이 정하는 사안에 한정돼 있어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아니면 주주제안이 거부돼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주주의 관여활동 확대를 위해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하도록 상법에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반 제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미국 등에서의 권고적 주주제안과 다른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보완장치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안 교수는 “대표적으로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에서 주주제안 실행기준 및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고 공개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정책의 수정과 보완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후 스튜어드십이 한국에서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기후 스튜어드십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연기금의 역할이나 행동 등에 관한 지침을 설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상황을 짚기도 했다.

‘기후 스튜어드십(Climate Stewardship)’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책임 활동을 뜻한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업관여, 정책지지, 정보공개 요구와 같은 활동을 통칭한다.

그럼에도 기후 스튜어드십이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가 함께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에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패널토론을 마무리하면서 “기후 스튜어드십은 결국 금융기관들이 금융 행위를 통해서 '우리 기후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취지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적 개선, 정부의 선도적 역할, 기업의 리더십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는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중립산업법(NZI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급망실사법…. 유럽연합•미국 등 각 국은 자국의 기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제도와 정책들을 빠르고 강하게 구축하고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등 국제기구들은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에 기후 리스크, 더 나아가 기후변화가 만드는 기회에 대응하라고 권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열고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정부, 국제기구, 금융, 법학, 기후단체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그 현장을 기사와 영상으로 전한다. 관련 콘텐츠는 기후경쟁력포럼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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