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채, 은행채 등 우량채권 발행이 늘어난데 따른 ‘구축효과’로 올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이미 하반기 한파를 겪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전채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또 다른 우량채권인 은행채와 국채 발행이 늘어 올해도 회사채가 투자자 시선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은행채와 국채 등 우량채권 발행 증가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는 6월 이날까지 8조4500억 원 발행됐다.
올해 들어 첫 순발행을 기록했던 지난달과 비슷한 발행속도다.
통상 하위 신용등급 채권이나 회사채보다 매력도가 높아 ‘우량채권’으로 여겨지는 은행채는 하반기 만기도래액이 120조 원에 이르러 차환물량만 봐도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규모다.
가계대출이 늘기 시작했다는 점도 회사채 시장에는 부담이다. 대출 증가는 은행 자금수요를 늘려 은행이 채권 발행에 나서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2023년 5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2조8천억 원이 늘었다. 4월 증가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늘었다.
은행채뿐 아니라 역대급 세수결손을 겪은 정부가 국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회사채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채는 은행채보다도 더 우량한 채권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회사채는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진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4월까지 세수진도율은 33.5%로 최근 5년 평균(37.8%)에 못 미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선을 긋고 국채 발행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세수결손 규모가 최소 28조5천억 원을 예상돼 시장에서는 하반기 국채 발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정부가 역대급 세수결손에 국채발행 부담을 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부가 최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를 5년 만에 중단한 것을 두고도 세수결손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
지난해 말처럼 한전채와 같은 우량채권에 밀려 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회사채 시장 한파가 지난해 수준까지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추경 편성이 변수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국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이다”며 “지난해와 같은 회사채 구축효과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바라봤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거나 그로 인해 스프레드가 벌어지거나 하는 현상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채권 투자자 심리도 개선돼 지난해와 같은 회사채 시장 경색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회사채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스프레드가 아직까지는 지난해 말 수준으로 벌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2일 기준 회사채(AA-) 신용스프레드는 0.80%포인트로 회사채 시장 경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30일(1.78%포인트)의 절반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사이의 차이로 클수록 회사가 나라보다 높은 이자를 얹어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스프레드는 올해 2월말에 0.68%포인트까지 내려갔다가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한 3월 중순에 오르기 시작해 0.80%포인트까지 상승한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