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계기로 삼아 중동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 배경 사진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국기를 합성해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중동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중동의 맹주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중동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미래신도시 건설사업 네옴시티는 LG전자에게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서 중동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주완 사장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전시관을 방문해 중동지역에 대한 중장기 사업전략을 점검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경영 행보로 풀이된다.
네옴시티는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네옴시티는 총 5단계로 나눠 추진되는데 1단계 사업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잡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전체 공사비만 5천억 달러(약 6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전문경제지 MEED와 KB증권에 따르면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더 라인(170㎞의 친환경 직선 도시) △옥사곤(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트로제나(산악지대 관광단지) 등 3대 프로젝트 아래 총 24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다.
조주완 사장은 이 가운데 우선 더 라인을 중심으로 사업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의 경우 첨단 주택건설에 따른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시장은 고급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판매를 늘릴 여지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조 사장은 중동 맹주이자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는 중동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수익성 제고에도 보탬이 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동의 올레드(OLED) TV시장에서 LG전자는 출하량 기준 78.9%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올레드 TV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이 60%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중동시장에서 브랜드 입지가 더욱 단단하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전자업계 최초로 아랍어 음성명령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TV를 출시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산업단지 옥사곤도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대형 빌딩이나 공장에 적용될 수 있는 에어솔루션(공조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해왔기 때문에 사막기후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재무부가 리야드 지역에 대규모 관공서 단지를 조성할 때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터보냉동기를 납품한 바 있다. 터보냉동기는 대형 냉난방시스템인 칠러(Chiller)의 한 종류로 빌딩, 공장, 체육시설 등 대규모 건물에 냉수와 냉방을 공급하는 장치다.
산악지대 관광단지 트로제나에서는 LG전자의 로봇과 상업용 디스플레이가 활용될 수 있다.
LG전자는 서빙로봇 클로이를 중심으로 로봇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토대로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키우고 있다.
조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마련된 ‘네옴시티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LG전자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앞세워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가전·TV·는 물론 모빌리티, 로봇, 에어솔루션,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점으로 앞으로 중동시장 공략의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가전 유통회사 ‘알 핫산 가지 이브라힘 샤키르(샤키르)’와 취급품목을 다변화하기로 해 성장하는 중동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채비를 해뒀다.
샤키르는 LG전자와 20년 이상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유통기업으로 200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에어컨 생산·판매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동맹을 돈독히 한 바 있다.
샤키르는 올해부터는 LG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하는 에어컨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전체 상품을 아울러 수입·유통하게 된다.
조 사장이 이처럼 중동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중동지역이 인구 5억 명을 보유한 거대시장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과시형 구매성향이 강해 프리미엄 제품의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2021년과 비교해 20.9% 증가했다. 중국(1.5%), 유럽(1.2%) 등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전소비 흐름이 둔화되는 분위기가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어 새로운 주력시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점도 중동시장에 고삐를 죄는 이유로 꼽힌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가전 수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LG전자는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공략하는 것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