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값이 1년 만에 상승으로 돌아서며 주택시장 회복에 관한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지만 실수요로 대변되는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져 하반기부터 역전세 위험이 본격화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아파트값이 1년 만에 상승으로 돌아서며 주택시장 회복에 관한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로 대변되는 전세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해 하반기부터 역전세 위험이 본격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하반기 역전세 주택의 전세만기가 돌아오는데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역전세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 위험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하반기 입주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세물량도 증가해 전세가격 하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계획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870세대로 2021년 11월(4만7404세대) 이후 가장 많은 수준까지 늘었다. 수도권이 2만 4872세대, 비수도권이 1만7998세대다.
올해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년 동안 입주예정 물량은 전국 79만58222세대로 2021~2022년 입주물량(63만3021세대)와 비교하면 2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국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상당할 것이다”며 “특히 2년 전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던 인천 등에서 역전세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뒤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임대인이 새로 임차인을 구해도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29일 기준 전세지수는 84.7로 2년 전(2021년 5월31일 94.2)보다 9.5포인트 떨어졌고 2022년 7월 100.6였던 최고치와 비교해 15.9포인트 하락했다.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1월10일을 100으로 놓고 전세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주간 단위로 발표된다.
▲ 주간 KB아파트 전세 가격지수. 지난 2022년 7월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하고 있다. < KB부동산 통계보드 > |
부동산플랫폼 직방의 조사자료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 서울 연립·다세대 3.3㎡당 평균 전세값은 563만 원으로 2년 전(452만 원)보다 111만 원 높았지만 올해 2월에는 550만 원을 보여 2년 전보다 4만 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은 "최근 수도권 연립·다세대의 전세가격 하락으로 임대차 계약 2년 차 갱신이 도래한 주택은 역전세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역전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6월 금유·경제 이슈분석’을 통해 전국의 깡통전세와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을 추정한 결과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지난해 1월 25.9%(51만6천 세대)에서 올해 4월(160만3천 세대)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48.3%, 경기·인천은 56.5%로 집계됐고 비수도권은 50.9%로 조사됐다. 4월 기준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은 평균적으로 기존 보증금과 비교해 매매가격이 2천만 원 정도 낮았고 역전세는 기존 보증금보다 전세가격이 7천만 원을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입주물량이 늘고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세만기는 차례차례 도래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가운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전세만기가 돌아오는 비중은 28.3%, 30.8%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역전세 위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역전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금융수장을 한 자리에 모을 정도로 역전세 문제가 엄중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추 부총리는 5월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역전세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제한적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한다는 전제 아래 대출규제를 제한적으로 푸는 역전세 대책을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이 당장 은행 대출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됐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가치가 내려가 은행에서 대출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5월1일부터 전세가율 90% 이하 주택만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100%에서 기준을 강화했고 공시가격 적용비율도 150%에서 140%로 낮춰졌다. 즉 전세가격이 공시가격의 1.26배 이하여야 해 기존 1.5배 였던 것과 비교해 가입이 어려워진 셈이다.
전세보증 규제 강화는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집은 꺼리는 상황에서 전세가격을 보증보험 가입한도에 맞춰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 조사기준 시·도 기준으로 주간 전세가격지수가 상승한 곳은 없이 세종시만 보합세를 보였다. < KB부동산 통계보드 > |
역전세 문제는 반등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22일(5월 넷째 주) 기준 지난주보다 0.03% 상승하며 52주(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어 5월29일 조사기준 5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폭이 0.01%포인트 높아진 0.04%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수요로 대변되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주택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전세시장은 실제 세입자가 들어와 사는 만큼 전적으로 사용가치로 평가되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금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기준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역전세난은 늘 매매시장 급락을 불러왔다‘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매물들이 동시에 시장에 출회되고 매수세가 사라져 매물들 사이 가격하락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