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미국 정부 지원이 테슬라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운영하는 기가팩토리 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받게 될 세제혜택 등 지원 규모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을 비롯한 경쟁사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에 따른 수혜가 당분간 테슬라에 집중되며 더 강력한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환경에너지 전문지 클린테크니카는 5일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올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18억 달러(약 2조4천억 원)에 이르는 세금 감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테크니카는 조사기관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전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받을 지원 규모는 4억8천만 달러(약 6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생산 지원금은 북미에 위치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많이 생산할수록 더 큰 세제혜택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자연히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을 대상으로 하는 세제혜택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아직 오하이오주 이외 지역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아직 건설중인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클린테크니카는 포드도 SK온과 합작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는 2025년까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앞으로 최소 수 년 동안은 대략 10년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테슬라에 정부 지원이 대부분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날을 세우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매우 잘 만들어진 법”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을 정도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모델3’ 모든 차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이라는 점도 테슬라가 큰 정책적 수혜를 보고 있는 예시로 꼽힌다.
현재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전기차만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는 아직까지 GM과 포드, 테슬라 등 일부 업체만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클린테크니카는 테슬라가 결국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퍼스트무버’로 자리잡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소비자와 테슬라 모두 수혜를 입고 있다고 바라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미국 정부 지원은 전기차와 배터리 핵심 소재를 포함하는 공급망에도 적용된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자체 리튬 정제공장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추가로 정책적 수혜를 입게 될 가능성도 유력하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
클린테크니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미국 자동차기업과 협력해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를 테슬라와 같은 소수 기업이 거두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클린테크니카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 등에 제공되는 세제혜택이 당초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논의할 때 예상했던 수준의 3배 가깝게 이른다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전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지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혜택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면 결국 테슬라만 대부분의 이득을 취하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춰 내놓으며 치열한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 테슬라가 부동의 전기차 1위 업체로 자리잡은 만큼 규모의 경제효과와 생산 수직계열화 체계 등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리는 기업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더 치열한 가격 경쟁을 촉발하거나 수익성을 대폭 높일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파이프샌들러에 따르면 테슬라는 세제혜택에 힘입어 앞으로 2년 동안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지 않고 분기마다 차량 가격을 125달러씩 낮출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아직 미국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기업에는 갈수록 불리한 경쟁환경이 펼쳐지게 될 수도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