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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 기대 받았던 왓챠, 박태훈 창업 12년 만에 최대 시련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 2023-06-0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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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 기대 받았던 왓챠, 박태훈 창업 12년 만에 최대 시련
▲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가 왓챠를 만든지 12년 만에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왓챠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가 왓챠를 만든지 12년 만에 최대 시련을 겪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왓챠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 대표로서는 왓챠의 성장성을 입증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1일 왓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왓챠가 자본잠식상태와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상황은 모기업이 없는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으로도 생각된다”며 “투자유치에 대한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태훈 대표도 투자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챠는 박태훈 대표가 설립한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 업체로 현재 자본잠식상태와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왓챠는 감사자료가 공개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자본잠식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왓챠 자본총계는 2019년 –484억 원, 2020년 –697억 원, 2021년 –346억 원, 2022년 –600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2019년부터 매년 영업손실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왓챠는 2019년 109억 원, 2020년 155억 원, 2021년 248억 원, 2022년 55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매년 늘고 있다.

적자폭이 매년 늘고 있는 이유는 현재 국내 온라인서비스(OTT) 시장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왓챠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OTT 시장이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수천만 원이면 사올 수 있었던 작품을 현재는 수억 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왓챠가 매년 재무상황이 악화된 데 따라 박 대표는 LG유플러스 매각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박 대표로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왓챠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인물이다.

박 대표는 서울과학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수료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그는 카이스트 신입생 시절부터 넥슨에서 개발자로 산업기능요원을 하던 시절까지 많은 창업 아이템들을 엑셀 파일에 차곡차곡 저장해뒀다. 엑셀에 정리한 수많은 창업 아이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개인화’, ‘자동화’, ‘추천’ 등 3가지였다.

기술의 흐름이 이 3가지로 진화할 것이라고 판단한 박 대표가 2011년 시작한 스타트업이 왓챠다.

박 대표는 왓챠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영화에 대한 예상 별점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도록 개발했다.

당시는 왓챠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였지만 현재는 다른 OTT들도 대부분 제공하는 기능이다. 왓챠만의 차별점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왓챠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강점은 아직 남아있다.

다른 OTT 플랫폼에서는 시청할 수 없지만 왓챠에서는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상당하다. 현재 왓챠가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는 10만여 편이다. 이런 점이 영화매니아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왓챠가 다른 OTT보다 어려운 상황인 이유는 또 있다. 모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으로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넷플릭스와 왓챠뿐이다.

티빙은 CJENM, 웨이브는 SK스퀘어,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운영하고 있다.

다른 플랫폼들은 영업손실을 메꾸거나 투자를 위해 모기업이 나설 수 있지만 왓챠는 투자유치를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구조다.

인력이탈 문제도 박 대표가 풀어야할 과제다.

왓챠는 2011년 박 대표와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설립했다. 이 가운데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해 왓챠를 떠났다.

김요한 콘텐츠개발담당 이사와 김효진 콘텐츠사업담당 이사도 이직했다.

매각을 위한 다른 협상자를 찾거나 투자유치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들마저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나 다른 협상자와의 매각 논의에 대해 왓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왓챠 인수와 관련해서는 검토 중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회계법인은 2022년 왓챠 감사보고서에서 “왓챠의 재무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왓챠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안정화된 매출 증대 계획과 함께 영업 손익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훈 대표는 2021년 기고글에서 “하기 싫은 일들을 하는 것은 창업가 자신과 스타트업의 성장에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가설로 수정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냉담한 투자사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하기 싫은 일들 속에서 왓챠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던 박 대표는 왓챠를 살리기 위한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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